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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Oct 28. 2024

닥치고 읽기 그리고 쓰기?!

키보드도 펜도 모두 너무나 성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구 여행.

보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도 기다렸지만 아름답다는 대구 간송미술관도 또한 적잖이 기대했다. 얼마나 좋은 미술품들이길래 전재산을 팔아서 샀을까. 약간의 푼돈도 아까워하는 나로서는 그 큰 마음을 이해하는 건 바닷물이 소금이 될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이해할까.


기대 속에 방문한 그곳은 역시나 주변 경관도 아름다웠고 미술관 건물 자체로도 아름다웠고 그 속의 미술품 또한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이 아름다웠다. 이래서 다들 이곳을 들르는 것이로구나. 길게 늘어선 관람객의 줄이 이해될 만한 것들이었다.


그러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미술품도 조각품도 훈민정음해례본도 아닌 추사 김정희 선생의 말이었다.

너무도 유명한 추사 선생의 글 옆에 적힌 이 글귀.

벼루 하나를 다 쓰는 것만도 엄청난 시간일 텐데 열 개라니.

게다가 붓은 천 자루? 붓이 그렇게 쉽게 닳는 것이었던가.

그저 입이 떡 벌어지는 내용이었다.

물론 칠십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이긴 하지만 인간의 삶이 좀 바쁜가. 하루에 못해도 최소 5~6시간은 잘 테고, 먹고, 움직이고, 사람도 좀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일도 좀 하고.. 그럼 사실 그중 글씨연습은 고작해야 몇 시간일 텐데. 가능한 일인가.


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같이 갔던 친구 작가님들이 하는 말.

"김은희 작가는 1년에 노트북 한대를 산대요. 키보드가 너덜거려서."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글 잘 쓰기로 소문난 사람이 이렇게나 열심히 쓴다고?


생각의 흐름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난 개인 노트북이 없으니 그럼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노트북을 사야 할까?

그리고는 열심히 노트북 구매를 위한 서치에 돌입한다.

사양을 비교해 보고 몇 개는 장바구니에도 넣어보고 구매평도 사전 읽듯이 샅샅이 훑어본다.


그러다 문득, 이런 도구는 그야말로 도구일 뿐.

이런 물질로 나라는 인간이 변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노트북이 없어서 글을 못 쓴 것은 아니고, 책이 없어서 못 읽은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하는 방법을 몰라서 살을 못 빼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조용히 검색창을 닫고 눈앞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읽자. 들어오는 것이 있어야 나가는 것이 있지.

그리고 노트북은 정 쓸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면 사는 걸로 하자.


다시금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귀를 눈으로 읽어본다.

내 나이가 칠십이 되면 난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조용히 내 할 일은 했다고 말하려면 뭘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 중인데 핸드폰 알람이 반짝인다.

'무선 올인원 컴퓨터'

에라, 내 생각이 천지를 돌고 도는 동안 컴퓨터 광고만이 나를 몇 날 며칠 따라다니겠구나.

그러든가 말든가, 읽고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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