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윈플레임 Nov 20. 2024

1일 1닭은 좀 아니지 않니

꼬끼오, 그 많은 닭은 누가 다 먹었을까

1일 1글을 하고 있는 애미 앞에서 오늘도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와서는 닭을 시켜달라는 아이.

혈기왕성한 중딩 남아가 시켜달라고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아직도 애기애기한 초4 여아의 주문이다.


시켜줘 봐야 겨우 한 두 조각 먹고 말 테지만 입이 짧은 아이니 뭐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주문앱을 빠르게 뒤져서 결제를 한다. 그런데 이건 뭐지, 분명 나는 어제도 동일한 치킨집에 동일한 치킨메뉴를 주문했던 것 같은데.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꿈인가 현실인가.


아, 나는 정말 어제도 닭을 주문했었던 것이다.

너는 엄마를 따라 1일 1글이 아닌 1일 1닭을 하고 있었구나.

이걸 먹고 1mm 라도 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주문 버튼을 눌러본다.


그런데 문제는 당연히 혼자서는 닭 1마리를 다 먹을 수가 없다.

자연스레 그 남은 부분은 다른 식구들 몫이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나에게도 돌아온다.

다이어트 생각 이전에 아까운 음식을 버리지 못하는 병이 더 크기 때문에 도무지 돈 주고 배달시킨 음식을 버릴 수가 없다.


이렇게 1인 1닭은 딸에게서 애미에게로 넘어오고야 만다.

닭 1조각에 많은 생각이 든다.

예전에 키우다 농장으로 보낸 닭들도 생각나고, 그 닭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알을 많이 낳았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살이 찔 것인가 싶다가도 닭은 단백질이니 괜찮다는 생각도 머리를 스친다.


아, 닭 1조각을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머릿속으로 했던가.

결국 생각의 흐름과 상관없이 닭의 흐름은 입에서 차곡차곡 위 속으로 흘러가고.

내일은 1닭을 하게 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막을 내린다.


그 많던 닭들은 누가 다 먹었으며 그중에 나는 어느 정도 일조를 했을까.

아마 오늘 이렇게 헛소리를 쓰는 것은 내 속에 너무도 많은 닭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내일은 닭 대신 소나 돼지를 영접하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1월이면 아직 늦지 않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