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변하는 데 필요한 건 무엇?
신입사원 연수에 대한 카더라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종일 교육을 시킨다. 수업 들은 것에 대한 과제를 왕창 내준다. 잠을 안 재우고 종일 뭔가를 하게 하느라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버스로 단체 이동을 할 때뿐이다. 그래서 버스에 실려 다니면서 잠을 자느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더라.
어쩌면 그런 회사들도 있긴 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갔던 회사의 연수원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물론 종일 뭔가를 하긴 했다. 교육도 종일 들었고 중간중간 액티비티도 많았고 노는 시간도 많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꽤 많은 기억이 나는 걸로 봐선 교육의 효과가 있긴 한 것 같다.
회사의 연혁과 비즈니스 모델을 달달 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교육시간이 있었다. 신사업 관련 모의 경영게임, 발표수업, 컴퓨터 수업, 체력단련, MBTI, 재테크 강의, 임원진과의 만남, 비즈니스 매너 강의 그리고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각 계열사별로 해당된 과제를 해결하고 발표하는 프로젝트까지. 뭔가 더 있었겠지만 지금 기억나는 건 그 정도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은 건 임원진 중의 한 명이 그 후 몇 달 뒤 몇 십억인지 백억 단위인지의 횡령으로 감옥에 간 것이다. 티브이 뉴스에도 났을 정도의 규모였다. 분명 신입사원들에게는 신입의 마음가짐으로 중요한 것은 작은 것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자세라고 했는데 아마 그렇게 작은 부분부터 야금야금 본인 주머니에 옮기고 있었나 보다.
어쨌든 잠자는 시간 빼고는 교육과 과제였지만 아직 직장인보다는 학생에 가까웠던 우리들은 그저 장기 엠티를 온 기분으로 매일이 즐거웠다. 남녀 사이 커플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하루 종일 붙어있다 보니 친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그야말로 동기사랑 나라사랑의 마음이 어울렁 더울렁 저절로 마음에서 흘러나왔다.
내게는 신입사원 연수를 기다렸던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단연코 숙식제공이었다. 대학 생활 내내 집에서 나와 살았기에 공짜밥과 잠을 재워주는 것이 내게는 아주 큰 의미였다. 다행히 연수원의 상태는 제법 괜찮았고 음식도 아주 맛있었다. 그런데 그 음식이란 것이 신기한 게, 분명 맛이 있고 배도 부르고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데 이상하게도 뭔가 밤이 되면 입이 심심했다. 분명 나날이 몸은 불어 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뭔가가 먹고 싶지? 그것도 아주 딱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바로 짜장면과 초코파이.
이 두 음식을 내가 원래 아주 자주 먹었냐면 절대 아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굳이 이게 먹고 싶은 거지?
"내가 연수원에서 나가면 꼭 먹고 싶은 게 있어."
"뭔데?"
"짜장면이랑 초코파이~ 너무 먹고 싶어!!"
".... 지금 너 군대 갔니?"
그 당시 남자친구, 지금의 남편이 너무 기가 막혀하며 여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느낌이라고 했다.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도 짜장면과 초코파이라고.
아니, 그럼 이 두 가지는 우리 한국인의 DNA에 박혀있는 음식인가!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닌데 이렇게 신기하게도 이 음식이 먹고 싶은 건지. 어쩌면 다른 이들은 안 그랬을지 모른다. 나만 먹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여길 나가기만 해 봐라, 다 먹어버릴 테다! 그런 마음으로 매일 밤 날짜를 세고 또 셋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탈바꿈해가고 있었고 짜장면과 초코파이는 지금도 나의 최애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