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그래, 출동"
우리 부부는 매일 밤 10시가 되면 편의점에 간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은 특별히 갈 곳이 없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항상 사람들이 들고 나는 곳이다.
오늘도 손님 몇 명이 물건을 고르고 있고 테이블에도 누군가가 앉아있다. 동네 전체가 잠들어 있는 분위기인데 이곳만은 항상 이렇게 밝고 경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니 꼭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에겐 익숙하다.
남편은 내가 보기엔 알코올의존증인 듯하다. 매일매일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그러므로 우리는 역시 매일 편의점에 가고 있다.
이렇게 매일 저축을 했다면 아마 이 편의점을 사고도 남을 부자가 되었겠지.
남편이 마시는 맥주는 편의점에만 파는 맥주여서 대량으로 마트에서 사지도 않는다. 그저 편의점 냉장고가 우리 집 냉장고라 생각하고 매일 들를 뿐.
이 시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남편 또래의 아저씨이다. 두 사람은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다. 낮에는 아이들이 편의점에 다니니 이 분은 우리 가족을 모두 다 잘 안다.
"계산해야 하는데 아저씨 어디 가셨지?"
"창고로 들어가신 거 보니 오늘도 뭘 좀 챙기시나 본데."
역시나.
창고에서 나온 아저씨의 손에는 자그마한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저 안엔 뭐가 들어있을까.
샐러드 도시락 하나.
김밥 두 개.
오늘의 폐기 상품.
좋다! 내일 아침에 먹어야지.
이렇게 아저씨는 단골 고객의 아침도 챙겨 주신다.
"이렇게 자주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하네."
"그런데 아마... 우리가 젊은 사람들이면 안 챙겨줬을걸."
그렇다. 우리는 뭘 줘도 잘 받아가는 가리는 것이 없는 40대 아줌마, 아저씨다.
때로는 처음 먹어보는 신기한 음식도 먹어보게 되어 은근 오늘은 뭘 주실까 기대를 하기까지 한다.
유통기한은 유통에 대한 기한일 뿐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우리의 소신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아저씨를 만나 이렇게 완성이 된다.
감사합니다, 내일 또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