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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주 Jan 12. 2024

Day29. 해병대를 미국교수님께 설명하는 날이 오다니

Experience design 수업 첫날

**모든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어제자 일기에 기재했듯 내가 듣는 석사 과정은 선택 과목을 하나 선택할 수 있는데, 이번 학기에 내가 선택한 과목은 바로 ‘Experience design’ 수업이었다. 전공 담당 교수님인 Lina가 진행하는 수업이기도 하고 UX에 관심이 많다 보니 경험 디자인 수업을 수강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수업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워나갈 수 있는가 설명을 해주시는데, 'Build empathy and understanding in how a person receives an experience(사람이 경험을 받는 방법에 대한 공감과 이해 형성하기)’와 'Design towards a specific emotional intent from your audience(사용자의 특정한 감정적 의도를 향한 디자인하기)' 부분이 흥미로웠다.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경험을 하게 할 것인지, 어떤 특정한 감정을 불어넣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는 방식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됐다.


첫 수업이다 보니 당연히 자기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경험 디자인 수업 시간답게 자기소개에 자신의 특정한 ‘경험’을 담기를 원하셨다. 질문마다 한 바퀴씩 돌아가며 답변하는 방식인데 하필이면 시작점 쪽에 앉아서 충분히 생각할 시간도 없이 즉흥으로 답변해야 했다. 그러다 선물 받은 경험을 공유하자며 '어떤 선물인지, 누구에게 받았는지, 해당 선물을 받고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그 짧은 순간 머릿속을 열심히 굴려보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선물이 없었다. 뭔가 임팩트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보통 받은 선물들은 무난하고 그렇다고 너무 감동적이고 싶지는 않고. 그렇게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채 내 이름이 불렸고… 그렇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전남자친구가 준 해병대 티셔츠’였다.


말하고도 당황스러웠지만 내뱉은 이상 수습해야 했다.


"한국에서 남자들은 보통 군대를 필수로 가야 하는데, 그 군대 중 ‘해병대’가 있고 해당 군대는 강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어요. (아닐 수 있습니다.) 무서운 걸 무서워하면서도 굳이 무서운 걸 찾아보고 밤에 무서워하는 저를 위해 입고 자면 귀신이 안 나타날 거라며 안심시켜 주기 위해 해병대를 복무한 전남자친구가 선물해 주었어요. 생각해 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고, 실제로 저는 그걸 굳게 믿고 있어서 미국에 오면서도 그 티셔츠를 들고 왔습니다.”


영어로 해야 하니 내가 지금 제대로 말하고 있는 게 있나 혼란스러웠지만 임팩트를 남긴 것은 확실했다. 교수님께서는 흥미로워하시며 가장 웃긴 건 그게 ‘전’ 남자친구가 준 선물이라는 점이라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렇게 모든 자기소개가 끝난 후 수업 평가 방식에 대해 말씀하시며 수업이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여전히 자기소개의 후유증이 남은 상태로 화장실에 갔더니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 중 유일한 한국인인 ‘소영'이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라 반가웠는데 자기소개 잘 들었다며 해병대 얘기는 자기가 한국인이라 제대로 그 느낌을 안다며 공감해 주며 먼저 말을 걸어주어서 고마웠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인스타 아이디까지 교환하며 언젠가 같이 따로 약속을 잡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이렇게 선택 과목 첫 수업도 무사히 완료…! 남은 시간엔 Bruny의 방에 놀러 가기도 하며 휴식을 취했다. 내일은 또 새로운 과목 시작인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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