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 인터랙션 수업과 비주얼 컬처 세미나 수업 첫 수강
**모든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금일은 오전 9시에 타이포그래피 인터랙션 수업이 있고, 오후 7시에 비주얼 컬처 세미나 수업이 있는 슈퍼 공강이 있는 날이었다. 다행이라면 비주얼 컬처 세미나 수업은 디자인 수업들 중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타이포그래피 인터랙션 수업은 교수님 두 분이서 전공 학생들 전부를 가르치는 방식이었는데, 원래 두 분반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그런 식으로 진행하기로 협의를 보신 듯했다. 매 수업시간마다 수업 준비를 하는 대신 격주로 수업 준비를 할 수 있으니 교수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인 방식이었을 것이다. 교수님 수업 진행 방식을 보니 엑셀 시트에 각 시간별로 진행할 얘기들이 적혀있었고 논리를 중요시하는 듯해 보였는데(mbti ISTJ 또는 INTJ 일듯), 이를 생각하면 해당 방식으로 수업 진행하기를 결심하신 게 놀랍지 않았다. 심지어 쉬는 시간 역시 보통의 교수님들은 18분에 쉬는 시간 10분을 주기로 결심했으면 30분까지 쉬라고 말하는 편인데, 이 교수님은 정확하게 10분을 맞춰 28분에 보자고 말하는 편이었다.
교수님들 스타일도 나와 잘 맞을 것 같지 않았고, 타이포그래피 인터랙션 수업도 과목들 중 유일하게 코딩(이라고 하기엔 HTML, CSS 위주이지만) 관련이라 벌써부터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사실 나 또한 이전에 웹디자인 기능사를 취득하기 위해 HTML, CSS와 자바 스크립트를 공부한 적도 있었고, 개발에 살짝의 관심이 가던 때가 있었다. 코딩이란 건 개인적으로 첫 시작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해병대 티셔츠를 준 전남자친구가 개발자였고, 일을 하며 여러 개발자들을 보며 개발 현실 상황들을 겪고 나니 개발은 나의 길이 아니구나, 깨닫고 흥미가 전부 떨어진 상태였다. 앞으로의 내 진로도 아마도 개발로 가는 일은 없을 테니 수업을 듣는 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도 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는 같은 과 몇몇 학생들과 Panera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포장해 학교에서 먹고, 그 후엔 도서관에 가서 수업 첫 시작부터 에세이를 읽어와야 하는 과제가 있던 오후 수업을 위해 과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기숙사로 돌아간 후엔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방을 공유하는 기숙사 생활의 단점인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할 경우 따로 수강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지난번에 슬쩍 본 기숙사 지하실의 스튜디오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벽에 빨간 물감이 피처럼 묻어져 있어 무서웠다. 패션 디자인학과 학생들을 위한 마네킹도 으스스하게 느껴지고 말이다. 어김없이 진행된 자기소개 시간에 이를 보여주며 얘기했더니 다들 피처럼 보이니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며 조심하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비주얼 컬처 세미나 시간엔 에세이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라 내가 디자인 수업을 듣는 건지 문학 수업을 듣는 건지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루에 수업 두 개를 듣는 건데도 왜 이리 심적으로 지치는지, (아마도 두 수업 모두 나의 스타일과 맞지 않아서일 것이다.) 결국 방에 돌아와서 포테이토 칩을 가볍게 먹으며 나만의 작은 위로 타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