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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주 Jan 16. 2024

Day35. 국제 학생은 어디서 크레딧을 쌓나요

경험 디자인 과제와 크레딧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까지 도서관 휴무라 어디 갈까 하다, 그냥 기숙사에 있기로 결정했다. 내일까지 해가야 하는 경험 디자인 과제가 있어 하루종일 내 머릿속은 이 과제 문제로 가득했다.


경험 디자인 수업은 총 프로젝트 3개를 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첫 번째 프로젝트는 한 사람을 위한 ‘편지’ 경험 디자인을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경험 디자인’이라는 것은 UX로 불리는 (주로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프로덕트를 위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익숙한데, 이 수업은 매체의 제한 없이 전반적인 경험 디자인을 다루는 것이다 보니 너무나 추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편지’는 보통 종이에 글로 써서 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인데 ‘종이’에 갇힐 필요도 없고 어떻게 전달할지도 각자의 자유라니 영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과제 방향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뉴욕에서 지내는 걸 가장 걱정하는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정했다. 또 시차 및 거리차로 인해 직접 전달할 수는 없으니 엄마가 원하는 시간에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내게 제일 익숙한 방법인 편지가 적힌 모바일 프로토타입을 선택했다. 링크가 연결된 큐알 코드를 전송해 해당 편지를 확인할 수 있게끔 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 후 난 학교에서 일을 구하기 위해 계속 학교 캠퍼스잡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렸다. 사실 (돈은 없지만)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계획이라, 한국에서 은행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빡세게 일도 하다 온 거였는데 그놈의 ‘크레딧’이 문제였다. 지금은 기숙사에서 거주 중이라 괜찮지만 나중에 집을 구하거나 차를 구매할 때 일명 신용도라는 ‘크레딧’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크레딧은 신용 카드를 사용하며 쌓을 수 있는데, 신용 카드를 발급받자니 SSN(Social Security Number)이 발목을 잡았다. 이 SSN은 일을 해야지만 받을 수 있는데 F-1 비자 신분으로는 학교 외부에서 일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학교에서 일 할 수 있는 캠퍼스 잡을 얻어야만 크레딧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캠퍼스 잡도 애초에 티오가 많지 않은 데다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증명서를 받은 학생들 위주로 뽑기 때문에 이것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애초에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가 학교 캠퍼스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자신감도 없는 상태였다. 


‘국제 학생은 어디서 크레딧을 쌓나요’는 흡사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요’와 같이 큰 난제로 느껴졌다. 과연 난 여기서 졸업 전에 크레딧을 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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