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부모됨 시리즈] 철든 어른으로 도약함. 편
모르면 배워야 한다.
모른다는 것은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어 내가 그 분야에 지식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처음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내가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달나라로 가는 여행과 다를 바가 없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내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모르던 것이 갑자기 이해가 되어서, 그것이 내 머리속을 강타하는 순간, 우리 입에서는 '아~!'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그것을 심리학 용어로 '아하 통찰(Aha Moment)'이라고 한다. "유레카~!"를 외치는 것과 비슷한 순간이다.
아이가 내 세상으로 들어오면 부모는 경험해보지 못한 하루하루를 맞이한다.
그런 와중에 때때로, 어쩌면 자주, 혹은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아하 통찰'을 경험한다.
이 '아하 통찰'의 경험은
때로는 다양한 감정을 통해 접할 수 있고, 때로는 지식을 습득하면서 접하게 된다.
어떤 순간엔 경이롭고, 어떤 순간엔 화가 난다.
어떤 순간엔 행복하고, 어떤 순간엔 우울하다.
신생아가 웃는 배냇짓이 사실은 그냥 본능적인 행동이지만, 부모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나를 보며 웃는다'며 행복해 한다.
훈육을 할 때는 단호하게 해야 하지만, 아이의 귀여운 애교에 녹아 같이 웃어버리면서 예뻐 죽겠다는 마음이 든다.
아이가 마트에서 떼를 쓰면서 바닥에 드러누워 차마 말로 표현 못 할 진상 짓을 할 때, 정말 창피하다.
사춘기 아이가 입을 닫고 묵언 수행을 할때마다 부모는 속이 문드러지고 막막한 마음이 든다.
아이가 가방을 매고 학교에 가는 뒷모습을 보면, 부모는 대견한 마음과 짠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새로 배우는 것도 많다.
신생아는 우유를 먹고 나면 어깨에 뉘여 트림을 시켜야 한다던가,
아이가 열이 나면 옷을 다 벗기고, 미지근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계속 닦아줘야 한다던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적어도 한글과 숫자 정도는 떼야 한다던가,
가정 내에도 규칙이 필요하고, 그 규칙은 가족 구성원 모두 민주적으로 만들어야 좋다던가,
어떤 순간에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되, 나이에 맞춰 선택의 폭을 유연하게 조절해야 한다던가,
나중에 제대로 된 사람으로 크려면 경제적 독립이 우선 되어야 한다던가...
만 18살이 될때까지, 즉 약 20여년의 세월을 바쳐 한 아이를 키우는 내내,
부모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접하고 경험하면서 차곡차곡 내공을 쌓게 된다.
이왕 쌓는 내공, 제대로 된 정보로 현명하게 키우기 위해,
부모는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공부할 때, 제발 교재를 잘 선택하자.
앞집, 옆집, 동창 등등의 검증 안 된 지인 말고,
오랜 시간 변함없는 소위 '전문가'들이 말하는 제대로 된, '교과서'에 나오는 그런 정보들을 찾아보자.
그리고 더불어 중요한 교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 아이'이다.
아이를 관찰하라.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뭘 좀 더 수월하게 하는지, 뭘 좀 더 어려워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라.
노는 모습을 관찰하고, 자는 모습을 관찰하고, 밥 먹는 모습을 관찰하라.
관찰하되 함부로 나서지 마라. 참견은 금물이다.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두어라. 위험한 때, 좀 더 지혜가 필요할 때 등, 때때로 적절한 개입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게 배워라. 끊임없이 배워라.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관찰하고 알아차리고 깨달아라.
아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품어주어라.
양육은 다정하게, 훈육은 단호하게.
그렇게 아이와 함께 성장하라.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