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부모됨 시리즈] 철든 어른으로 도약함. 편
웰컴 투 더 부모's 월드~!!
부모가 되신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실거에요.
장담컨데,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무조건
상상 그 이상이 될 거에요!!
인간은 상상의 동물이다.
매일 수천, 수만가지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그 중에 반은 과거, 반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다.
지금 이 찰나의 순간을 기준으로
방금 지나간 1초 전부터 그 이전은 과거, 1초 후부터 그 이후는 미래가 될테니.
상상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어떤 사건을 머리속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상상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일지언정 내 경험치만큼의 안에서 만큼만 생각해낼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단, 경험이 꼭 내가 직접 한 경험일 필요는 없다.
소설이나 영화, 뉴스 혹은 친구에게 들었거나 지인에게 들은 남의 집 이야기 등등의 간접 경험도 포함된다.
그래서 책을 많이 보고 간접 경험을 늘려서 자신의 상상력에 한계를 짓지 말고 크게 생각하라 말한다.
아이를 임신하고, 부부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를 상상해본다.
조카를 통해, 친구 아이들을 통해
나의 아이와의 생활도 대략 '짐작'해 본다.
얼마나 예쁠지, 얼마나 힘들지
얼마나 기쁠지, 얼마나 행복할지.
그러나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은
그것이 무엇이다 단정지어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특히, 남이 겪은 일에 조언이랍시고 훈수를 두는 것, 절대 금물이다.)
왜냐하면,
전해 듣고 어깨 넘어로 본 것과 내가 직접 겪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함께 동반된 수많은 '감정'과 '몸의 기억'을 통해 그것이 무엇인지 학습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면, 우리 몸은 이완된다.
슬프고 무섭고 두렵고 공포스러우면, 우리 몸은 경직된다.
어떤 순간 동반된 감정은 우리 몸에 '기억'을 남긴다.
이건 간접 경험으로는 겪을 수 없는 영역이다.
내가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부모됨의 경험은
나에게 있었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감정들까지 수면 위로 끄집어 내어
끊임없이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를 재우려고 내가 못자고
아이를 먹이려고 내가 못먹고
아이를 입히고 씻기고 놀아주느라 나는 쉬지 못한다.
아이를 안아주느라 나는 안기지 못하고
아이에게 안되는 것을 안 된다 하면서 내 마음이 편치 않다.
아이가 아파 밤 새 잠 못자고 끙끙거리면 대신 아파주지 못해 마음이 찢어진다.
자고 싶어도 아이가 깨어 있으면 자지 못하고
나가고 싶어도 아이를 볼 사람이 없으면 나가지 못한다.
하루 종일 일에 치여 받았던 스트레스를 생맥주 한잔에 날려버리고 싶다가도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와 아내 혹은 남편이 생각나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내 삶의 모습과는 정말 천지차이이다.
그러면서 드는 마음은 무얼까?
짜증나고, 억울하고,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쟤는 누구길래 왜 날 보고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지 순간 순간이 낯설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나 싶다.
어느 순간엔 너무 힘이 들어 정말로 도망이 가고 싶어진다.
너무 힘들어 아이에게 화를 내고 돌아서면 자괴감만 쌓인다.
잘 하고 싶은데, 정말 잘 할 자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수많은 경험들에 나는 부모 자격이 없는 것 같다.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는데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보면 정말 한심하고 무력감이 엄습한다.
그러나
그런 나쁜 마음만이 다 일까?
잠에서 깬 내 아이가 나와 눈을 맞추고 배시시 웃어주고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현관 앞에 나와서 깡총깡총 뛰고 있고
함께 놀자고 인형을 질질 끌고 오고 공을 굴려오는 내 아이를 보고 있으면,
욕심은 많아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양손에 빵조각을 하나씩 쥐고
이도 없는게 또 어떻게든 그걸 먹어보겠다고 고 작은 입에 욱여 넣고 오물오물 거리는 걸 보고 있으면,
한없이 예쁘다.
한없이 행복하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고, 나를 아빠라고 불러주는
저 아이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 싶다.
거실 끝에서 우연히 내 아이를 안고 있는 내 아내 혹은 남편을 바라보면서,
둘이 함께 침대에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뒹굴면서 깔깔거리고 웃고 노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충만한 감정이
저기 단전 밑에서부터 꽈악 차오른다.
저 모습이 바로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갈
동력이 된다.
좀 더 나은 모습이 되기 위해 힘을 낼 이유가 된다.
삶의 이유가 된다.
삶의 목적이 된다.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나의 인생이 그렇게 찬란하게 시작되는 순간이다.
부모가 된 여러분,
당신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