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부모됨 시리즈] 철든 어른으로 도약함. 편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
복은 무슨,
요새는 참을 인(忍)자 세번이면,
호구라던데?
세상은 나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곳이고,
나와 너가 만나면,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론 갈등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시련이 닥칠 때도 있고, 참아야 할 시간이 오기도 한다.
그래도, 뭐 그게 뭐라고, 무조건 나만 참아야 하나?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고,
내가 한 번 참으면 너도 한 번 참는거지.
그런데,
세상에는 나만 참아야 하는 그런 관계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부모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다.
너무나 작고 작아
조금만 잘못 안아도 부러질 것 같은,
저렇게 작은 얼굴로, 작은 손발로, 작은 몸으로
할 건 또 다 하고 있는
나를 똑 닮은 내 아기를 바라보면서.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피곤해 죽겠는데도 방바닥을 기어다니면서 닦고 또 닦고 있는 나를 보면서.
말을 하고 걷기 시작하면서는
지도 제법 컸다고 무슨 고집이 저렇게 황소 같은지,
저 작은 머리통 속에 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건지
정말 한 번 열어보고 싶을 만큼 어이없는 짓을 연달아 하는데도.
그 말을 또 다 들어주고 있는 나를 보면서.
하라는 숙제도 안 해 놓은 주제에 뭘 잘했다고
방문 열고 보면 게임하고 계시고,
좀 조용해져서 인제 숙제 좀 하나 싶으면 주무시고 계신 너를
어찌해야 하나, 속이 터지고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지만,
그러고 돌아서서 시계를 보면서 또 깨면 밥먹인다고 부랴부랴 냉장고를 열고 있는 나를 보면서.
하고 싶은 도전에 계속 실패하면서 실망하고 주저 앉으려는 너를 보면서
한편으론 화가 나고 또 한편으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내 가슴이 타들어가지만,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너의 인생을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내가 해 줄게 없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고 눈물로 기도하는 것 밖에 없는 나를 보면서.
부모인 내가 자식인 너로 인해,
힘이 들 때도
답답할 때도
화가 날 때도
마음이 아플 때도
나는 감내하고
참고 또 참는다.
내가 선택한 너이기에,
너는,
포기하거나 버릴 수 있는 그런 남과 남의 관계가 절대 될 수 없기에,
너로 인해 경험하는 내 인내의 크기는
이제까지 겪어 본 적이 없이 매일 모양을 달리하면서 나날이 부풀어 오른다.
매일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갈지언정, 터질 날이 오기는 할까 싶게
한도 끝도 없이 부풀기만 한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부모가 된 사람들은... 알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든데도 불구하고
참고 참으면서 부모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 또한,
나에게 참을 인자를 새기게 하는, 바로 '너'라는 것을.
네가 보여준,
너와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이
얼마나 뭉클하고, 감격스럽고, 뿌듯하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너.이기에,
내가 이렇게 매일매일
내 인내심의 한계를 갱신하면서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고...
이 말 또한,
겪어본 사람들은... 알거다.
부모로서 사는 삶의 만족이 뭔지.
내가 느끼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