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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현anna Aug 19. 2024

부모됨이란 ______이다. [No.32]

_부모됨 시리즈] 철든 어른으로 도약함. 편

#32. 부모됨이란 아이를 낳기 전 겁났던 것만큼 겁내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DALL·E 2024-08-19 09.30.59 - 위현anna



나는 아기들을 정말 좋아한다. 

아기들이 지나가면 그 모습 그대로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내 눈에서 꿀이 얼마나 뚝뚝 떨어지는지, 우리 아들은 시선을 빼앗기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나를 발견하면 항상 내 시선을 따라가 

내가 쳐다보고 있는 아기를 한 번 보고, 넋을 놓고 있는 나를 또 한번 보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피식 웃는 아들의 웃음 안에 질투가 묻어 난다.



다시 말해서, 

나는 아기에게 진심이라는 소리다.



큰 애가 벌써 대학생이고, 작은 애가 고3이니, 내가 내 아이들을 아기로 만나지가 이제 20년이 막 넘어간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정신없이 키웠다.'는 말이 딱 맞는 표현 같다.


지금 다 지나고 돌아보니,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사양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지금 나에게 왔다면, 좀 더 잘 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지금의 내가 마음의 여유가 있어졌다는 얘기겠지. 



아직도 대학생인 딸 옆에 누워 있으면, 돌도 안 되서 밤에 재울 때, 나만 잠들고 딸은 나를 타 넘어 다니면서 놀던 기억이 생생하고,

아직도 곧3인 아들이 거실에서 공을 들고 설치면, 막 뛰기 시작하던 두 돌 즈음 탱탱볼로 축구를 하던 때가 생생하다.


20여년 동안 아이 둘을 키우면서, 

내 뱃속에서 나오던 그 순간부터 시작해서 아직도 생생한 순간들도 너무 많고, 또 이젠 기억에도 없는 순간들도 너무나 많지만,

내 20년 동안 이 아이들이 없는 장면은,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지금 48살의 나의 인생은 

그 중 20년의 엄마로서의 삶이 더해져 지금의 나로 완성이 되었다.






아이는 자기 밥숟가락은 가지고 나온다고,,


아이들은 나와 남편이 함께 키우기도 했지만,

거저 크기도 했다.


나와 남편이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 애들도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렇게 나이에 맞게 서로를 키웠고, 각자 커왔다.



엄마가 아이를 임신하고 열달을 품어낼 때, 그렇게 힘들다고 하지만,

열달 내내 뱃솟에서부터 아이와 만들어내는 교감은,

아~.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른다. 


아이를 낳을 때, 그렇게 아프다던데, 아픈 기억은 물론 아직까지도 선명히 남아있지만, 

그건 내 인생의 잠깐, 순간이었고,

아이가 나에게 준 것에 비하면 그 순간의 고통은, 어디 견딜만 하기만 할까.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와서 아빠와 마주하는 순간, 

아빠가 느끼는 희열은 그 어떤것과도 바꿀수가 없다.

대신 아파줄 수도 없는 아내의 고통을 꼬박 하루 같이 하면서 미안하기만 한 그 마음이,

아기를 만나는 순간, 엄청난 사랑과 책임감과 말로 못할 그 어떤 꽉찬 마음으로 한 순간에 바뀐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대상이 오롯이 내 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 부담은 

퇴근하고 맞아주는 아직 산기가 안 빠져 퉁퉁 부은 아내와 젖냄새 나는 내 아기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눈 녹듯 사라진다. 


아기를 낳은 내 주변 초보 부모들이 한결같이 하는 소리다.


"낳아보니 알겠어요. 안 낳았으면 어쩔뻔 했나 모르겠어요."


부모가 된다는 건 직접 부모가 되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특별한 경험임이 틀림없다.


내 인생의 모토 중 하나. 



'남들 하는건 다 해 봐야 한다.
어짜피 인생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니깐.' 

by 위현anna 






예전에 나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세상 모든 아기들이 도대체 어떻게 자기 부모를 찾아가는 걸까, 그 소중한 인연에 대해 궁금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떠올렸던 이미지가 위에 걸어둔 그림이다. 


나는 아기들이 태어나기 전에 하늘 나라에 모여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기 천사들의 모습으로. 
그리고 세상에 태어날 때, 하느님이 정해준 집으로 도착하기 위해서 슬라이드를 타고 그 집으로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기들이 모여 사는 하늘 나라는 
구름 위에 있고, 따뜻하고 평화롭고, 꽃과 나비들이 많다. 
천사의 군대들이 아기들을 돌보고 있고, 그러다 순번이 정해지면, 아기들이 그 슬라이드를 타고 각자의 부모를 찾아 가는 거다.



'하느님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처럼 

그렇게 우리 아이들이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한다.



너무나 많은 현실적인 이유로 딩크나 비혼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그들도 그들만의 이유가 있으니 그런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아이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단지 겁이 나는 거라면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아이를 만나는 선택을 해 보기를 강추한다.


내 아기는, 나에게 온 우주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에.


한번 사는 인생, 나도 남들처럼 

우주를 누려봐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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