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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의 전통,
그리고 디지털 혁명

기술, 플랫폼, 디지털 네이티브

by 프렌치 북스토어

프랑스 문학은 빅토르 위고, 오노레 드 발자크, 알베르 카뮈 등 수많은 작가를 배출하면서 19~20세기 세계 문학을 선도해 온 깊은 전통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문학은 오랫동안 고급 예술로 간주되어 왔고, 작가와 작품을 둘러싼 권위와 품격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왔다. 출판 산업 역시 이러한 전통 속에서 엄격한 기준과 선별을 통해 작품을 발굴했고, 문학 평론가와 문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말하자면 출판은 일종의 신성불가침과 같이 여겨졌다. 그렇게 프랑스 출판계는 오랫동안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그들만 이해하고, 그들만 박수 치는 별종 문학의 길에 빠져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혁명이 이러한 전통에 본격적인 균열을 일으켰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결론적으로 창작과 유통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작가는 출판사의 승인 없이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바로 독자에게 선보일 수 있고, 독자들은 종이책뿐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 문학을 소비하는 새로운 독서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프랑스 문단에 전례 없는 충돌을 불러왔다. 왓패드(Wattpad) 같은 플랫폼에서 두각을 드러낸 작가들이 전통 출판계에 진입하자 일부 평론가들은 '왓패드 출신 작가'라고 부르면서 평가절하하는 시선으로 비추기도 했다.


안나 토드(Anna Todd)와 『애프터(After)』 시리즈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전통적인 방식을 거친 작가보다 디지털 문학을 통해 알려진 작가들이 더 많은 호응과 관심을 받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작가 안나 토드(Anna Todd)의 『애프터(After)』는 왓패드에서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한 뒤 출판되었다.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프랑스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그녀의 성공을 두고 전통 매체들은 "문학적 훈련을 받지 않은 초보 작가가 어떻게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수 있지?"라며 의문과 함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심지어 일부는 "이러다 위대한 작가들의 시대가 저물고, 누구나 베스트셀러를 찍어내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문학 권위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까지 드러내기도 했다.


기성 문단의 권위와 디지털 세대의 민주성이 정면 충돌한 셈이다.


울리포 그룹 회원들


언제나 그렇듯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존재했다. 프랑스 문학계의 실험 정신과 혁신의 전통이 디지털 매체와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프랑스는 레이몽 크노, 조르주 페렉 등 울리포(OuLiPo) 작가들을 통해 오래전부터 제약 문학, 형식 실험을 즐겨온 경험이 있는 나라이기도했다.


이런 맥락에서 왓패드의 등장뿐만이 아니라, 트위터에 연재되는 '트위터 문학(twittérature)'까지 디지털 시대의 제약 문학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실제 일부에서는 "280자 제약이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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