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과거를 되살리는 문학계 키워드, 기억
11월 초, 프랑스 문학계는 한 권의 소설에 고개를 끄덕였다.
로랑 모비니에(Laurent Mauvignier)의 『빈 집(La Maison vide)』은 한 가족 내에서 벌어졌던 삶의 흔적을 기억하는 내용으로 공쿠르상(Le Lrix Goncourt)을 수상했다. 작품은 세대를 거쳐 이어온 감추어진 감정들과 침묵되어 온 말들, 그리고 사라진 삶의 흔적을 파헤치면서 다른 후보작을 제치고 수상이 결정되었다. 심사위원장 필립 클로델(Philippe Claudel)은 이 결정을 두고 "역사와 개인, 공적인 기억과 사적인 기억의 교차하는 소설"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이야기의 발단은 1976년 어느 날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이자 작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20년 동안 봉인된 채 잊혀 있던 집에 다시 들르게 된다. 그곳에는 낡은 피아노, 깨진 대리석 서랍장, 고장 난 난로와 훈장들까지 아버지 삶의 잔해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사진첩.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과거에 멈춰 있었다. 하지만 유독 한 사람, 할머니 마르그리트(Marguerite)의 얼굴은 모두 가위로 도려내어져 있었다.
누가? 왜?
누가, 왜, 그녀의 얼굴을 지웠을까?
그리고 왜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않았을까?
이 얼굴 없는 사진은 그녀를 지워내기 위한 개인적인 잊힘이 아니었다. 소설이 흘러가면서 이유가 드러나게 된다. 그녀는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들과 연결되어 지워지고 묻히고 침묵된 기억이었다.
마르그리트는 2차 세계대전 말 일련의 사건을 겪게 된다. 프랑스 치욕의 역사와 함께한 그녀는 잊힌 삶을 살게 되었다. 그녀를 언급할 수 없는 침묵은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졌다. 작가 자신도 그녀의 존재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던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작품은 단순히 기억을 복원에 그치지 않는다. 기억이 어떻게 억압되고, 변형되고, 은폐되며, 결국 대물림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더 정확하게 프랑스 사회는 어떤 기억을, 언제, 왜 지웠는지, 그리고 지워진 기억들은 진실로 잊혔는지 묻는다.
마르그리트의 얼굴은 지워졌지만, 그녀의 존재는 이후 가족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가 되어 늘 따라다녔다. 작가의 아버지 또한 내면에 그 무게를 끝내 털어버리지 못한 듯 보였다.
작가 자신은 잊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그 사진첩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지나간 일은 됐고,
그래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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