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프랑스 문학의 대답
우리는 지금, 기억을 가장 많이 저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억은 점점 더 빨리 사라진다.
사진은 남는다. 대화도 남는다. 위치 기록까지 남는다. 그리고 오늘의 나를 증명하는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렇게 '인터넷은 영원히 기억한다'는 말이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그 영원함은 누구의 영원함일까?
내가 기억하는 걸까, 아니면 플랫폼이 기억하는 걸까?
내가 살아낸 하루가 남는 걸까?
아니면 내 하루의 '흔적'만 남는 걸까?
프랑스의 정보학자 올리비에 에르츠셰이드(Olivier Ertzscheid)는 이런 시대를 향해 한 문장으로 찌른다.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다시 불러낼 수 있게 되었기에
정작 기억해야 할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생겼다
기억이 너무 쉬워진 순간, 기억은 오히려 무력해진다. 껐다 켤 수 있는 파일이 되어버리고, '언젠가 보면 되지'라는 말속에서 현재를 떠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가 믿었던 추억이 사실은 내 안이 아니라, 클라우드 속에 떠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프랑스 문학은 이러한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들에게 문학은 오래전부터 한 가지를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은 저장이 아니라 재생이다.
그리고 기억은 데이터가 아니라 감각이다.
향기, 목소리, 한순간의 망설임, 사소한 감정의 결. 이런 것들은 아무리 정교한 아카이브에도 온전히 들어가지 않는다. 서버는 기록할 수 있어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록이 현실을 대신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
지도(기록)가 영토(현실) 보다 더 중요해진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기억의 주인으로 남을 수 있는가?
미셸 우엘벡은 사라져 가는 세계를 목록처럼 박제하는 예술가를 통해 기록이 현실을 대체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었고, 21세기 다른 프랑스 소설들은 SNS, 알고리즘, 클라우드가 인간의 정체성과 욕망을 어떻게 흔들어 놓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디지털은 우리가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걸까? 아니면 기억을 대체하는 중일까? 그 사이에서 프랑스 문학은 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