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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맥박과도 같았던 노트르담 드 파리

《Notre-Dame de Paris》 by Victor Hugo

by 프렌치 북스토어

도시 전체는 아직 어스름 속에 잠겨 있지만, 뾰족한 첨탑 위로 비치는 첫 빛이 노트르담 성당의 돌벽을 스치고, 그 순간 멀리서 종소리가 울린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도시는 그 소리를 듣고 깨어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그 울림에 귀를 기울인다. 성당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도시는 무언가를 알아차린다.


노트르담의 종소리는 파리라는 도시를 울리는 맥박이었다. 그리고 한때는 시대와 인간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메아리의 역할을 했다. 슬픔이 도시를 덮칠 때, 혁명이 광장을 휩쓸 때, 사랑이 끝났을 때마다 늘 그 순간에 울려 퍼지던 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노트르담 성당이 있었다.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에서 이 오래된 성당을 살아남은 소리로 담고 있다. 성당은 말이 없지만, 그 무게와 높이만큼의 소리를 낸다.



종이 울린다.
그리고 사건은 시작되었다.


성당의 종이 울릴 때, 그 소리는 정확히 사건이 시작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끝장나는 지점이다. 종소리는 언제나 사람보다 먼저 감정을 감지하고, 도시보다 먼저 진동을 시작한다.


결혼식이 열리는 날, 아이가 태어난 날, 성스러운 축일의 아침까지 도시는 종소리로 인해 눈을 뜨고, 기쁨을 맞이했다. 그리고 처형이 예정된 날에도, 반란의 기운이 감도는 아침에도, 죽음이 도시를 관통하는 순간에도 종은 울렸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을 내리고, 기도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종소리는 시간의 문을 여는 열쇠였고, 시작과 끝을 스스로 알리는 자명종이었다. 위고는 그것을 도시의 리듬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분명히 종이 울릴 때마다 파리는 리듬을 바꾸고, 움직임을 바꾸고, 표정을 바꾸었다.


에스메랄다의 사형 선고가 내려진 날의 종소리는 이 도시 전체를 짓눌렀다. 죽음을 예고하는 종소리는 광장에 모인 군중들의 침묵보다 더 크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안에는 두려움과 저항, 동정과 무기력이 겹쳐져 있었다.


노트르담의 종지기, 카지모도는 듣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깊이 울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삶은 성당의 음영 안에 갇혀 있었고, 감정은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다. 세상은 그의 외모를 기형이라 불렀고, 그의 침묵을 무지로 정의했다. 하지만 그가 울리는 종소리는 파리 전체를 움직였다. 들을 수 없는 자가 울리는 소리로 인간의 고독과 감정의 극점이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카지모도에게 종은 분노, 슬픔, 외로움, 사랑이 통과하는 유일한 출구였다. 누구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종은 그를 이해했다. 쇠와 돌로 이루어진 무생물에 불과한 그것이, 유일하게 그의 감정에 응답했다. 그는 종을 안았고, 종에 매달렸고, 종의 울림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했다.


보통 인간이 건축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카지모도의 경우에는 그 반대였다. 그는 노트르담 성당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이었다. 그리고 종소리는, 그가 세상을 향해 마지막으로 내보낼 수 있었던 유일한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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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의 종은 세월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연속적인 목소리였다. 그 울림 속에는 왕정의 영광도, 민중의 고통도, 혁명의 함성도 모두 섞여 있었다. 위고는 건축과 시간, 도시와 기억이 만나는 지점을 이 소리 안에 새겨 넣었다.


도시의 중심에 서 있는 성당은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은 그 안에서 시대의 고백을 대신해 울고 있었다. 왕이 즉위하던 날, 광장에서 처형이 집행되던 날, 거리에서 군중이 피를 흘리던 날에도 종은 빠짐없이 울렸고, 그때마다 파리는 고요히 떨었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 사라지지만, 그것이 만들어낸 감정의 파장은 도시에 깊은 주름을 남겼다.



건축은 책 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때로 건축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건축이 만들어낸 울림일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진동은 인간의 귀와 가슴속에 남아, 기억이라는 다른 형태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 성당의 한 사회가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슬퍼했는지를 알려주는 정서의 연대기였다. 파리의 민중들은 그것을 들어왔고, 그 소리에 따라 마음을 움직였고, 때로는 혁명을 일으켰다.


요즘의 파리는 더 이상 조용하지 않다. 자동차 경적, 지하철의 굉음, 스마트폰 알림음,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반복적인 배경음악까지 소리는 넘쳐나지만, 울림은 사라졌다.


도시의 중심에 여전히 노트르담 성당은 서 있지만, 그 종소리를 선명히 듣는 사람은 없다. 예전처럼 광장에서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사라졌고, 울림이 감정을 움직이는 순간은 이미 스마트폰 진동에 밀려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은 여전히 울린다. 정해진 시각, 정해진 리듬, 정해진 음조로, 오랜 역사를 품은 그 종은 파리의 어느 공기 한 모서리를 진동시킨다.


어쩌면 너무 많은 소리에 둘러싸인 나머지 진짜 목소리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리가 곧 정보가 된 세상에서, 감정을 깨우는 울림은 점점 잊혀진 언어가 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도시든, 어떤 시대든, 진심 어린 울림이 단 한 번만이라도 퍼질 수 있다면, 그 도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파리의 종소리는 바로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성당이 울릴 때, 그것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를 흔드는 메시지가 된다. 우리는 그 종소리를 통해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릴 수 있고, 멈춰버린 내면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할 수 있다.


종은 지금도 울린다. 우리가 듣고자 한다면, 그 울림은 여전히 도시를 깨우고, 우리의 가슴 어딘가를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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