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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말썽

작은 인간의  모스 신호 1

학창 시절, 세 번의 말썽을 피웠다.

첫 번째 말썽은 부모님이 모르고 넘어가서 다행인 사건이다.


태양의 보살핌으로 꽃이 피고 사람 사는 정겨운 소리가  들리는 그런 날이었다.

적막한 문을 따고 홀로 집에 들어있었다. 거북이 두 마리와 아빠의 낚싯바늘에 걸려 온 잉어들도 각자 어항에 잘 들어있었다. 잉어는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한시도 쉬지 않고 입을 뻐끔거렸다. 먹이를 주면 주인을 따르는 것도 잠시 다시 자기들끼리만 소곤거렸다. 거북이 한 마리를 꺼내어 뒤집어 놓았다. 겁을 먹고 잠시 웅크렸다 목과 팔다리를 꺼내더니 있는 힘껏 머리를 땅에 박고 몸을 뒤집었다. 몇 번이나 심술을 부려도 울지도 않고 묵묵히 견뎠다. 다시 거북이를 어항에 넣어주고 우두커니 바라보다 베란다로 나갔다.


 창문을 열고 크게 소리쳤다.

“사람 살려요. 살려주세요. 나 좀 도와주세요.”

누군가 들었을까 웃음이 났다. 한번 더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13층 아래에서 누군가 올려다보는 것을 확인하고 베란다 창을 힘차게 닫았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자꾸만 웃음이 났다. '내일 또 해야지.'  

피아노를 뚱땅거리고 있었다. 벨이 울린다.

“경찰입니다.”

“.......”

집에 사람이 없는 척 숨을 죽였다. 경찰은 문을 두드렸다. 대문이 떨고 있었다. ' 엄마에게 연락이 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일이 커질 것 같아 서둘러 잠긴 문을 열고 현관에서 거실로 올라섰다. 경찰과 관리실 할아버지께서 몽둥이를 들고  계셨다. 경찰은 허리를 굽혀 걱정스럽게 나를 자세히도 바라봐 주셨다.

“괜찮니?"

“네."

"잠시 들어가서 봐도 될까?”

"아니요, 심심해서 그런 건데요?”

“정말 집에 아무도 없니?”

“네. 심심해서 그랬어요. 소리 질러서 죄송합니다.”

고개를 떨구며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경찰은 신발을 벗고 들어오셔서 큰방, 작은방, 화장실 문을 일일이 열어보시고 부엌과 뒷 베란다도 살펴보셨다.

“정말 아무 일 없는 것 맞지?”

오만상을 찌푸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다시 문에 적막이 흐르고  엉엉 울음터졌다. 업무 방해죄와 풍기 문란죄를 인정하는 눈물은 아니었다. 말썽이나 피우는 자식이 아님에 안도하면서도  조그맣고 조용한 인간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 번만 외치고 말걸’

고독의 파도에 힘없이 휩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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