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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글방 Aug 23. 2021

육지의 섬, 내륙 국가

[단비글] ‘섬’

최근 남미의 볼리비아는 바다로 향하는 기찻길을 새로 깔고 있다. 인접국인 칠레와 협력해 16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라오스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다. 베트남과 중국을 잇는 철도에 연결될 예정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해 부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의 성장 잠재력으로 관광, 농업, ICT 지원 서비스를 짚기도 했다. 이들 국가는 육지의 섬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국경의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내륙 국가이다. 이들 국가가 직면한 지리적 한계는 무엇일까. 


동유럽의 극동에 있는 몰도바 공화국으로 이해해보자. 몰도바 공화국도 국경의 사면이 육지인 내륙 국가이다. 항만을 갖춘 중소도시 지우르지우레슈티(Giurgiulesti)가 있지만, 흑해는 130km나 떨어져있고 그곳으로 향하는 다뉴브강은 해역이 좁고 수심이 얕다. 국가가 외딴 섬처럼 고립돼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이런 국가군을 LLDCs(Landlocked Develping Countries)로 분류한다. 내륙 국가에는 바다길이 없기 때문에 국제무역에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동유럽의 몰도바공화국, 남미의 볼리비아, 동아시아의 라오스 등 43개국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국가군의 지리는 엔간해선 변경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가 성장·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아담 스미스는 부유한 국가가 되기 위해선 ‘항구와 배가 다닐 수 있는 강 그리고 운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무역이 국가를 풍요롭게 만든다. 실제 세계 전체 물류의 90%를 담당하는 길이 바다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 내륙 국가들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이다. 예를 들어, 섬 국가 볼리비아는 남태평양 바다로 물류를 내보내기 위해선 칠레의 영토를 지나야한다. 그런데, 2013년 칠레에서 세관 공무원 파업이 일어나면서, 길이 막혀 트럭 행렬이 20km씩이나 늘어선 일이 있었다. 국제조약은 이런 국가군의 해양 접근권을 보장하지만, 실제 물류 통과는 주변국 상황과 정치적 결정에 달려있다. 


국가에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이해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리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라는 식의 ‘지리결정론’은 주의해야 한다. 절대 다수의 내륙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금융의 중심인 강소국 스위스, 1인당 GDP가 세계 1위인 룩셈부르크도 내륙 국가이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은 역사를 이해하는 이론으로 ‘다양한 파장을 가진 시간’을 제시했다. 그 안의 ‘장기지속’이란 지리와 같은 지형의 시간이 인간 삶의 기본 구조를 이룬다는 것이었다. 그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결점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지만, 그것이 미래를 포기하고 현재에 순응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부침을 겪는 내륙 국가의 다양한 도전에 주목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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