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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어바웃 Aug 25. 2022

호리베 아쓰시가 전하는 작은 가게의 참된 가치

탐방 북 #03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 호리베 아쓰시

탐방은 매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tambang.kr / @tambang.kr



탐방 북 #03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 호리베 아쓰시


바야흐로, 골목의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들이 있는 거리로 모이고 있지요. 이런 흐름은 ‘~리단길’의 등장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작지만 특색 있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용산의 경리단길이 유명해지면서, 어느새 전국에는 수많은 ‘~리단길’이 생겨났어요. 대부분, 기존의 번화가에서 떨어진 다소 불편한 곳에 있음에도 ‘~리단길’은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이런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됐어요. 작은 가게들이 문화를 바꾼 셈이죠.


세 번째, 탐방 북 :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탐방


이웃 나라 일본은 어떨까요? ‘~리단길’의 일본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치조지는 일본 교토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이에요.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이치조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바로, 동네 서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 덕분이죠. 세 번째 탐방 북인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의 작가는 바로,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의 전 점주, 호리베 아쓰시입니다. 호리베 씨는 책에서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의 성장 속에서 작은 동네 서점을 보존하고 크게 키워 낸 이야기를 전해요. 교토시 사쿄구의 다른 가게들도 함께 소개하고요. 과연 작은 가게가 거리를 바꿀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거리를 바꾸는 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


동네 서점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책방지기의 취향이 담긴 책들이 나열되어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작은 공간이 떠오르지 않나요? 사실 게이분샤는 개인 서점이 아닌 서점 체인이에요. 교토 중심가에서 떨어져 있는 이치조지에 위치한 동네 서점이라고 하면 왠지 작은 공간이라고 생각되지만,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은 120평의 꽤 큰 공간이고 직원도 15명이나 됩니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서점이지요. 


이 책의 작가인 호리베 씨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해요. 그는 갑작스럽게 점장이 되긴 했지만, 다채로운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는 서점의 모습을 지향하며 공간을 만들어 나갑니다. 서점을 그저 ‘서적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대관 갤러리, 생활 잡화를 판매하는 공간을 함께 운영함으로써 일종의 ‘편집 서점’으로 발전시켰어요.


『교토의 빵집』이라는 책을 출판할 때, 담당 직원은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했어요. 바로 책에 나오는 빵을 한정 판매하자는 것이었죠. 서점에서 빵을 판매한다니, 재밌지 않나요? 그 이후로도 서적 발매에 맞추어 과자나 도시락을 팔고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지요. 이토록 매력 있는 서점에 가지 않을 이유는 없죠.


만약 이 서점이 도시 중심부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다른 서점과 다르게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도시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다는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죠. 새로운 고객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고, 이것은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만의 특색 있는 점이 되었지요.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서점이지요. Ⓒ탐방



가게가 변하면 거리도 변한다


서점의 변화는 거리의 변화를 만들어냈어요. 변화는 책의 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됐어요. 서적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적에 바탕을 두고 전시 판매와 이벤트를 기획 및 진행했지요. 어찌 보면 서점이라는 정체성이 흐려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서점의 문턱이 낮아지는 계기가 되었죠. 서점에 변화가 생기자 근처에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 들어섰어요. 그전까지는 책을 읽으며 잠시 쉴 수 있는 가게가 없었기에, 서점 주변으로 가게가 들어온다는 것은 손님들과 호리베씨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죠. 이를 기점으로 이치조지를 일부러 찾기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호리베씨는 이 거리의 사람들이 직접 꾸리는 작은 가게가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업종을 초월해 거리에서 배우고 거리와 함께 살아갈 때 비로소 서점을 비롯한 작은 가게들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요. 그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숍에서 서점 인근의 가게들을 소개했어요. 서점과 인근 가게들, 그리고 지역을 연결하려고 했던 것이죠. 그것을 기점으로 서점은 ‘사쿄구’, ‘이치조지’ 지역과 함께 소개되는 일이 늘었고, 사람들은 이치조지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은 거리와 함께 변화한 것입니다.


가게가 변하면 거리도 변한다 Ⓒ탐방



거리도 가게를 만든다


“어느 한 집이 뚝 떨어져서 아무리 재미있는 상품 구성을 선보인다 해도, 그래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 가게만 잘 돼선 안 되죠. 서로 연계하는 과정을 통해서 거리의 영향력이 커졌으면 좋겠어요.”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이 위치한 교토시 사쿄구는 꽤 까다로운 지역이에요. 명소와 유적지로 유명한 거리, 여러 대학의 캠퍼스가 몰려 있는 거리,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몰려 있는 거리. 작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색깔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보면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치조지의 거리는 참 조화롭습니다.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가게들이 함께 어우러져 거리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게 된 것이죠.


교토의 작은 가게 지도 Ⓒ탐방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를 읽으면서, 작은 가게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골목의 시대가 도래한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고요. 지역이 어우러지고 발전하기 위해선 특색 있는 가게들이 많이 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리단길’이라는 정형화된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지역의 특성에 따른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한국에도 로컬에서 특색 있는 가게들을 꾸려가고 있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기에 앞으로 바뀔 거리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동네에도 거리를 바꾸고 있는 작은 가게가 있다면, 한 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세 번째 탐방 북 어떠셨나요?

탐방이 추천하는 책과 여러 생각에서 궁금하거나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댓글과 리뷰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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