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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어바웃 Feb 08. 2023

시골에서 힙하게 살고 있어요.

인천광역시 강화 | 최하나(시골힙스터)

탐방은 매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tambang.kr / @tambang.kr



Interview | 시골힙스터 최하나과의 인터뷰


탐방도 로컬에 머물기로 했어요. 한 달에 한 번, 한 지역에서 며칠간 지내며 로컬의 삶을 직접 경험하려고요. 첫 번째 목적지는 강화도. 김포를 지나 강화대교를 건너니 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강화에서는 어떤 탐방러들을 만나게 될까요?


강화로 떠나기 전부터 탐방은 강화의 탐방러를 찾았어요. 서울과 가까워서 그런지 재밌는 일을 하는 청년들이 꽤 많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강화 토박이는 찾기 어려웠어요. 결국 우리는 강화 토박이를 만날 수 없는 것인가… 포기하려던 찰나. ‘시골힙스터’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았습니다. 태어난 곳은 시골, 내 꿈은 힙스터. 프로필에 적혀있는 소개 글을 읽고 ‘이분이다!’ 싶었죠. 그렇게 시골힙스터, 최하나님의 거주 공간이자 작업실인 다락방에 초대받았습니다.


하나님의 거주 공간이자 작업실인 다락방 Ⓒ탐방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한 걸 하자


토박이라 말하기 민망해요.(웃음) 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강화를 떠났고 다시 강화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돌아온 이유는 간단해요. 코로나죠.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프랑스에서 공부 중이었어요.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는 봉쇄령이 내려졌죠. 몇 개월 동안 집에만 가만히 있었어요. 걸리면 죽는 병으로 인지될 만큼 심각한 분위기였어요. 어쩌면 고향에 돌아갈 수도, 가족을 평생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끔찍했죠.


강화로 돌아오니 마음이 정말 편안했어요. 5년 넘게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마음을 편안하게 둘 곳이 없었거든요. 물론, 프랑스로 다시 돌아갈까 고민했던 순간도 있어요. 그런데 강화의 삶을 놓치기는 너무 아쉽더라고요. 어떤 선택이 아쉬움과 후회가 적을까 스스로 물어봤죠.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한 걸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강화를 선택했고, 제 선택에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웃음)


강화의 삶을 놓치기는 너무 아쉽더라고요. Ⓒ탐방


프랑스에서도 디종과 리옹에서 공부했어요. 특히 디종은 소도시이다 보니 자연스레 제 고향, 강화도가 떠오르곤 했죠.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지역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역 축제였어요. 기획부터 포스터 제작까지 모두 지역 내에서 해결하는 거죠. ‘강화에서도 과연 가능할까?’ 궁금하더라고요. 저의 답은 ‘불가능’이었지만 ‘이들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내 고향에서도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로컬, 작은 지역에 관심이 생겨난 거죠.


돌아오니 강화의 풍경과 강화에서의 제 일상이 새롭더라고요. 봄의 논은 물이 차서 바다 같고 겨울에는 쌓인 볏짚과 비워진 논이 오히려 특이하게 보이기도 하고요. 산책하면서 보이는 풍경이 제 그림의 소재인 거죠. 강화에 사시는 분들은 가끔 ‘이런 흔한 풍경을 그린다고?’라고 생각하시기도 해요. 그리고 완성된 그림을 보면 ‘맞다. 강화가 이랬지. 우리 동네 참 예쁘네.’ 하시죠. 너무 일상이다 보니 스쳐 지나가는, 놓치는 모습들을 담고 싶어요.


새롭게 느껴지던 강화의 풍경 Ⓒ탐방




시골에서 마음 가는 대로 살아요.


강화에서의 일상을 기록할 때 어떤 이름을 쓰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예전에 썼던 글이나 사진들을 뒤적거리면서요. 그러다 ‘시골힙스터’라는 문구를 발견했죠. 프랑스에 있을 때 탈색을 한 적이 있어요. 탈색한 제 모습이 마치 ‘힙스터(hipster)’같더라고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프랑스의 시골에 있었고요.(웃음) 그런 제 모습에 ‘시골힙스터’라는 이름을 붙여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죠.


개인적으로 힙스터라는 단어를 좋아하기도 해요. 힙스터는 자신의 취향이 뚜렷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 아는 특징이 있대요. 그리고 그 마음을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걸 하면서 산다는 거죠. 그게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시골’ 강화에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힙스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죠.


강화에서의 일상을 담고 있는 시골힙스터 하나님 Ⓒ탐방


시골힙스터란 이름으로 강화에서 제 일상을 담아보기로 했어요. 다들 잘 모르는, 우리 동네 자랑도 하고요.(웃음) 예전부터 공부해 온 예술을 강화에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거든요. 강화에 돌아오니 그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진정 원했던 대로 하고 있죠.


매일 오후면 강아지 록키가 다락방에 올라와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죠. 산책하러 가자는 거예요. 한 번은 고인돌 유적지를 걸었어요. 고인돌 사이를 걷는데 그 옆에 풀이 무성해서 마치 숲 같은 곳이 있더라고요. 별거 없는 빈 땅이지만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 그 옆을 걷는 록키와 저를 그렸죠. 이때부터 시골힙스터 그림의 틀이 잡혔던 것 같아요. 강화의 풍경, 양갈래 머리를 한 저, 강아지 록키. 여기저기 걸으면서 발견한 아름다운 풍경과 기억을 담다 보니 점점 그림이 많아지게 되었어요. 서울에서 시골힙스터란 이름으로 전시를 열 정도로요.


영상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일상을 틈틈이 담은 영상들을 잘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있죠. 그전에 프랑스에서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유튜브 영상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죠.


(좌) 첫 작품 — summer day, 2021 / (우) Happy new year!, 2023 Ⓒ시골힙스터




없음을 인정하고 나만의 것을 만들기


시골에 살 때는 ‘없음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해요. 도시에는 당연히 있는 것들이 시골에는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인지 도시에 비해 시간이 많고 심심하게 느껴져요. 그 심심함을 채우기 위해선 스스로 재미를 찾아 나서야 하죠. 도시에서는 물건이든 경험이든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 구매하잖아요. 시골에선 그럴 수 없으니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죠. 그렇게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자신을 더 알고 싶거나 스스로의 힘을 기르고 싶다면 로컬에 살아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좌) 책갈피 만들기 / (우) 가지치기한 소나무로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시골힙스터


반대로 시골에만 있는 것도 있죠. 가끔 도시에서만 살아온 친구들을 강화에 데리고 오면 다들 새로워해요. 별이 쫙 깔린 하늘을 보는 것, 급기야 캠프파이어도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저수지를 처음 봤다는 친구도 있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흔하게 경험해 온 일상인데 말이죠. 그럴 때마다 ‘도대체 얘네는 어떻게 살아온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니까요.(웃음)


도시에서 가장 부러웠던 건 문화 공간이었어요. 유명한 작가의 전시, 뮤지컬, 영화를 이렇게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니. 강화에는 이제야 작은 영화관이 하나 생겼는데 말이죠. 하지만 시골에 살아서 문화를 경험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끝나고 싶지 않아요. 시골에 살아도 경험해야 하는 건 해야죠. 예술은 사치라는 시선도 있지만, 예술은 있으면 즐겁고 다채로워지기에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점차 시골힙스터의 작품도 많이 쌓이고 알려진다면 강화에서 문화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 저는 아티스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젠 달라요. 시골에서도 아티스트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누군가가 저를 보고 꿈을 꿀 수 있도록요. ‘내가 자라난 고향에서도 가능해. 혹은 대도시가 아니어도 괜찮아. 시골힙스터를 봐.’ 그게 저의 새로운 꿈이에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시골힙스터 하나님 Ⓒ탐방



“시골에 살아도 경험해야 하는 건 해야죠” 하나님의 대화에서 특히 마음에 와닿은 문장이에요. 어쩌면 지금껏 우리는 시골에 산다는 이유로 혹은 도시에 산다는 이유로 경험하지 못하는 걸 그저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요? 기꺼이 찾아 나서면 경험할 수 있는 것인데도요.


강화에서 나고 자랐지만 20대를 다른 지역에서 보내고 온 하나님은 고향인 강화가 새롭게 보였다고 합니다. 강화의 풍경은 아름다웠고 하루하루의 일상은 풍요로웠어요. 하지만 친구들은 사라졌다고 해요. 하나님이 그랬던 것처럼 모두 일과 성공을 찾아 도시로 떠났던 거죠. 그 자리를 요즘 새로운 친구들이 메꾸고 있습니다. 강화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꽤 늘고 있거든요. 시골힙스터 하나님과 함께 ‘힙!’을 외치며 강화를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앞으로 펼쳐질 5주간의 강화 탐방이 참 기대됩니다.


> 시골힙스터 하나님의 더 많은 작품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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