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부와 명예. 전자는 워터리그를 대표할 수 있겠고, 후자는 아너스 데이가 자신의 이름에 쓸 정도로 중요시 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거꾸로의 시대’ 는 돈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시대였다. 워터리그가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워터리그의 정의가 곧 세계시장의 정의였으니까 말이다. 워터리그가 추구하는 ‘부’ 라는 정의는 모든 개개인의 정의를 초월하는 가치였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도, 역사가 부르짖는 가치도 워터리그의 ‘부’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바로 ‘돈’ 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만큼 날이 가면 갈수록 워터리그의 정의는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지게 되었고, 그 것이 곧 법이 된 시대가 ‘거꾸로의 시대’ 였다.
‘어디냐.’
적외선 센서로 바라보는 세계는 초록빛의 나라다. 그런 나라에 빨간빛의 괴물들이 등장하니, 어찌 아니 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타다다당.
워터리그의 기지는 하나의 거대한 홀로 이루어져있었다. 마치 오페라 공연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공허한 곳에 총 소리가 울리니 마치 대포가 발사되는 듯한 소리가 되돌아왔다.
‘젠장.’
과장은 이번에도 맞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적들이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임을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너무 빨라. 게다가, 패턴을 예측할 수가 없어.’
적외선 센서가 계속해서 적들을 발견해내고 있었지만, 헛수고였다. 맞출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때, 오른쪽 편에서 그림자 하나가 뛰쳐 나왔다. 과장은 재빨리 피하려고 했지만, 적은 이미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총을 겨눌 시간조차도 없었다. 하물며 장전은 꿈에도 못 꿨다. 그는 단지 죽었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타앙.
한 발의 총성이 울렸고, 적은 그에게 다가오지 못한 채 쓰러졌다.
“오케이. 하나 잡았고.”
지국장 반 캐시였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사진작가로 일하던 시절, 사냥꾼들에게서 배운 솜씨로 기지에 칩입한 적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과장은 이렇게 그가 반가운 적이 없었다.
“적은 얼마나 돼?”
캐시가 그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12명이라고 하네요. 이젠 11명이지만.”
“영국 놈들이 왔을 때 보단 적군.”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았다는 걸 알아서 였을까. 그래도 지난번 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사실, 총알로도 뚫을 수 없는 갑옷으로 무장한 영국군이 왔을 때보단 많이 나은 편이었다.
‘그때는 정말 무서웠지. 총알을 무시하는 적이라니.’
캐시는 그때 생각만 하면 혀를 내두르며 싫어했다. 그때 영국군은 압도적인 기세로 워터리그를 몰아세웠고, 코너에 몰렸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 인지 그들은 끝까지 싸우지 않았고, 그대로 퇴각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그것이 캐시를 비롯한 직원들이 가까스로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탕. 탕.
여전히 여기저기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과장과 캐시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총을 장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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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시.
아너스 데이의 사황제일 만큼 엄청난 세력을 가진 중국패왕 주원장은 20년 전, 워터리그로 인해 한국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자신의 나라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일으켰다. 하지만, 자신들끼리의 싸움인 남북 간의 전투에 개입하지는 않았고, 서로가 멸망할 때까지 지켜봤다. 전쟁이 종결된 후. 워터리그가 그곳에 정부를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두고 볼 수만은 없어 군대를 압록강 근처까지 움직였고, 워터리그도 위협을 느껴 같은 지역으로 용병 군대를 이동시켰다. 두 세력 간의 전투가 벌어지려는 그때. 워터리그 일본지부 최고경영자 히로세 카조우가 베이징으로 패왕 주원장을 만나러 갔다.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며칠간의 협상 끝에 두 세력은 한국 지역에서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하였고, 두 세력 간의 무력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이는 못 속이겠어.”
베이징에 위치한 자금성. 천 개가 넘는 계단이 이어져있는 장관만큼이나 무수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성이었다. 계단에는 석양에 의해 길어진 2개의 그림자가 서로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흰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수염이 나이를 가늠캐하는 노인이 서있었다. 그는 올라오고 있는 한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20년 만에 오셨군요. 히로세 회장.”
긴 머플러가 인상적인 이 사람.
“오랜만이오.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말이오.”
이 남자가 바로 워터리그 일본지부 최고경영자 히로세 카조우(Hirose Kajou) 였다. 맞이하는 노인은 아너스 데이 중국총리대신 전재(錢載) 였다.
“안으로 드시지요.”
최고경영자 히로세(Hirose)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하나. 워터리그 남극기지를 습격한 이들이 중국암살조직임을 전해 듣고는 바로 이곳 베이징으로 날아온 것이었다. 20년 전처럼 협상을 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만큼이나 긴박한 상황이라는 것은 그가 직접 옴으로써 증명되고 있었다. 지금도 자칫 잘못하면 전쟁이 일어날 테니까 말이다.
자금성 내부로 히로세를 데리고 들어간 총리대신은 먼저 그에게 메탈검색기를 통과할 것을 권했다. 만에 하나라도 황제의 신변을 위협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었다. 거부감없이 동의한 그는 검색기를 통과했다. 검색기를 통과한 그는 총리대신의 안내에 접견실로 따라 들어갔다. 대기하라는 총리의 말에 그는 잠시 시간을 보냈다. 황제의 식사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도착한지 2시간 후. 히로세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는 미지수였다. 히로세는 그들이 걱정되었다. 남극기지의 직원들이 말이다. 지금도 남극기지에서는 동료직원들이 죽어나가고 있을터였으니까.
“황제이시어. 워터리그 히로세 회장이 뵙기를 간청합니다.”
식사가 끝난 황제에게 총리대신이 접견을 요청했다. 실루엣 뒤에 있는 황제였지만, 불빛으로 인해 보여지는 덩치만으로도 그를 보는 누구나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히로세는 엎드려 절한 상태에서도 그가 느껴졌다. 히로세는 20년 전과 다름없는 여전한 기세라고 생각했다.
“회장이라니. 그 꼬마가 언제 회장이 됐지?”
어두운 커튼 뒤의 황제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히로세 카조우. 워터리그 일본지구 최고경영자입니다.”
그새, 회장이라는 말을 쏙 뺀 히로세. 하지만 최고경영자나 회장이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뭣 때문에 왔지?”
황제는 어떤 일이든 질질 끄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일은 빠르고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이 그의 성격이었다. 지금의 협상도 겉으로만 협상이지 사실상 황제의 통보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히로세는 황제에게 휘둘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가다듬은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제의 군대께서 저희 회사와 충돌을 일으키셨다 들었습니다.”
히로세는 황제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기의 입장을 밝혔다. 이곳에 온 목적을.
“우린 먼저 친 적이 없다.”
하지만, 황제는 부정했다.
“저희 회사 정보에 따르면 그들은 황제 고유의 문양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히로세는 황제가 잡아떼고 있다고 생각했다.
“네놈 회사 정보만 믿고 나를 의심하는 것이냐. 겨우 그딴 일로 나를 찾아왔나! 그렇다면 잘못 찾아왔다.”
히로세는 일이 잘못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게 아니오라.”
“시끄럽다. 당장 꺼저라. 네놈 워터리그만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네놈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한번 만나준 것이었지. 그런데 뭐라고? 뭐라고 지껄인거냐. 꼬마. 나를 실망시키는군. 여봐라. 어서 저것을 끌고 나가라.”
황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에 있던 호위무사들이 뛰쳐나와 히로세를 잡아 끌고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갈 수는 없다고. 자신이 여기에 왜 왔으며,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왔는지 말조차도 꺼내지 못한 상태였다. 게다가 이렇게 돌아간다면 지금까지 기다린 2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는 억울했다.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남극을 빼앗아서 황제께서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네놈들은 항상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지. 그것이 네놈들의 문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눈에 보여지는 것만이 최고인가.”
말끝에 힘이 실린 어투였다. 그의 말이 메아리처럼 접견실 전체로 울려퍼졌다.
“진정 이렇게 나오시면 저희도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이제 황제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대답은 그에게 귀찮았다.
“에드워드 J. 화이트베어의 목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히로세가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이젠 마지막이었다.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잠깐.”
황제는 호위무사들을 멈추게 했다. 히로세는 드디어 자신의 말이 먹혀들었음을 느꼈다.
“백곰이라니. 네놈들. 백곰을 잡았나?”
황제는 화이트베어를 알고 있었다. 과거에 그에게 원한이 있었으니까.
“그렇습니다. 그것도 산채로 말입니다.”
“산채로? 네놈들 그런 배짱이 어디서 생긴 것이냐.”
황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뜻밖의 정보에 흥미를 보였다.
“화이트베어를 넘겨드리겠습니다.”
“오호라.”
황제는 기뻐하고 있었다.
“네놈들 원하는 게 뭐냐.”
히로세는 생각했다. 자신의 천직은 틀림없는 협상가라고 생각했다. 사황제 중 하나인 중국패왕 주원장을 이렇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여겼다. 그는 황제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말했다. 남극기지에 있는 ‘중국암살조직 십이지의의 철군’ 을 말이다.
헉. 헉.
남극기지국장 반 캐시의 목에는 칼이 드리워져 있었다. 십이지의 중 진(辰)을 담당하고 있는 8(八)이 그의 목에 칼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의 주무기인 철공검이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움직일 생각 마시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철공검이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캐시는 총을 떨어뜨렸다. 더 이상의 저항은 불가능했다. 캐시 혼자만 잡힌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직원들은 이미 죽거나 산채로 잡힌 상태였다. 겨우 암살조직 9명에게 말이다.
“백(白) 이시어. 명령을.”
살아남은 9명의 십이지의는 그들의 리더엔 백(白)에게 지시를 내려받고자했다.
“척살하라.”
단호한 목소리. 그들의 목적은 남극기지의 파괴였다.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는 모든 증거를 말살하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모든 워터리그의 사람들은 제거의 대상이었다. 백(白)의 지시를 받은 그들은 캐시를 비롯한 직원들의 목을 치고자 칼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내려치려는 그때였다.
“잠깐.”
십이지의의 칼이 그들의 목을 지나가기 직전 백(白)이 그들을 정지시켰다.
“예. 십이지의 백(白)이 총리대신을 뵙습니다.”
총리대신 전재(錢載)에게서 온 통신이었다. 십이지의의 행동도 일제히 멈추었다. 그들에게 총리대신의 지위는 그들의 리더인 백(白)보다 상위였다. 그러기에 그들은 총리대신의 말에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예를 갖춰야했다. 백(白)은 총리대신과 통신을 시작했다. 몇 마디가 오갔을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백(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수한다. 명령은 이대로 멈춘다.”
총리대신은 황제의 명을 받들어, 십이지의를 그곳에서 철수시키라는 명을 내린 것이었다. 백(白)의 명령을 받은 십이지의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그곳에서 유유히 철수했다. 죽은 3명의 동료들의 시체를 수습하고서 말이다. 워터리그는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기한은 7일 후 까지다. 그때까지 백곰 녀석을 넘기지 않으면 그땐 지금처럼 협상은 없다.”
황제는 히로세에게 그만 가보라고 했다. 다른 볼일이 있다는 말과 함께.
“알겠습니다. 정확한 날짜와 접견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본지부 CEO 히로세 카조우는 황제의 접견실에서 나갔다. 협상을 성사시켰다는 기쁨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나가는 찰나 누군가를 보게 되었다. 순간 그는 놀랐다. 자신의 눈을 의심했지만, 틀림없는 그 사람이었다. 토터스 시각국장. 자일스 E. 레드팬더. 그가 이곳에 와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상황이 끝나고, 지국장 캐시는 워터리그 본사에 병력충원을 요청했다. 반 이상이 죽어나간 지금 시점에서 복구에 필요한 인원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남극기지의 상황을 기다리던 본사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답장은 음성 메시지 형태로 날아왔다. 지금 현재 그쪽으로 병력이 이동 중이니 안심하라는 메시지였다. 병력과 함께 아주 중요한 화물도 함께 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