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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14)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깡깡깡.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 공사장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토터스 파워국 대합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안전모에 공구까지 갖춘 전문 인력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시도 쉬지않고 움직이는 그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위로 올려! 그렇지. 그렇지.”


“어이, 거기 스톱. 거기다 놔.”


 피그 부대와의 전투 끝에 대합실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폭탄에 의해 천장은 하늘이 보일 정도로 넓은 구멍이 생겼고, 바닥엔 시체가 있던 탓에 피가 굳어 있었다. 드러난 철근과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들은 복구 작업을 더디게 만들고 있었고, 아직 복구되지 않은 전기 때문에 통신은 마비된 상태였다. 

 임시 국장인 알랜 쿼터메인은 할일이 많았다. 복구 작업도 작업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의뢰 고안. 이것은 국장이 해야 할 일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물론, 토터스 - 자료에서 넘겨주는 의뢰의 양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토터스 - 파워를 위한 의뢰를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의뢰는 그 것으로 토터스 파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역할도 해야 했고, 갓 가입한 신입 요원들이 그 것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파워에 소속감을 느끼는 역할도 해야 했다. 즉, 국장은 ‘의뢰’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명했고, 모든 요원들을 컨트롤 했다. 그리고 질서도 잡았다. 또한 팀장들에게는 요원들보다 더 중요한 일을 수행하게 하도록, 직접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알랜은 에드워드 국장의 능력에 비해 아직 부족했다. 


“밖에 무슨 소리야.”


 온 몸이 피 범벅이 된 처형인은 샤워하러 간 상태였다. 회의실에는 쿼터메인과 닥터 글러브, 그리고 안나가 앉아 있었다.


“임시국장으로서 의뢰를 하나 만들었지.”


“무슨 의뢰?”


“대합실 보수 말야. ‘대합실 보수 완료시 30만 달러 제공’ 이라는 의뢰를 올려놨지.”


“30만 달러? 뭐 이리 세게 책정했어?”


“빨리 끝내야 하지 않겠어? 그러기 위해선 높은 가격을 책정해야하지. 그래야 많은 업체들이 경쟁할 테고, 그만큼 빨리 완공되는 것이니까.”


“하여간 돈이란.”


 글러브도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돈의 힘을 알고 있었으니, 무조건 싫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저나 뭐라도 건진 것 있어? 쉽게 불 인간들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전투가 끝난 뒤, 처형인은 삽을 내던지고 자리를 떴다. 뒤처리는 쿼터메인의 몫이었다. 늘 상 있었던 일이었기에, 그는 자신의 팀원들을 시켜 피그 부대원들을 옮겼다. 그리고는 중상을 입은 자들을 가려, 약간의 응급치료만 받게 했다. 그리고 그런 뒤에 하나의 방에 모두 다 가둬버렸다. 부상자들이긴 했지만, 일단은 칩입해 온 적들이었으니까.


“효과가 있었지.”


 방에 가둔 뒤, 닥터 글러브는 설득 전문가의 장갑을 끼고, 피그 부대원들을 회유했다. 그가 끼고 있는 장갑은, 미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어느 방송인의 장갑이었다. 뉴욕 제 3 공항의 시공식 당시 사용하던 장갑이었다. 장갑의 효력덕분이었는지, 몇 번의 시도 끝에 닥터는 그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처형인이 피그 부대원을 단 한사람도 죽이지 않은 점도 좋게 작용했다. 그들은 풀려나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워터리그에 대한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닥터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말을 일일이 들어봤다. 그런 후, 단 한 사람의 말을 뺀 나머지를 제외시켰다. 다른 말들도 충분히 눈이 갈만한 것들이었지만, 리더 울프가 말한 ‘비밀’ 이 그 중에서 제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건졌어. 그것도 엄청난 것을.”


 닥터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자신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쿼터메인은 뛸 뜻이 기뻤다. 분명히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비밀일 것이 뻔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겉으로 지금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자제했다. 그는 현재 임시국장이었다. 감정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반가운 소리군.”


억지로 기뻐하는 표정을 감춘 쿼터메인.


 “피그 부대의 리더인 울프를 심문하던 중, 그가 이 문서를 내밀었지.”


 울프가 건내 준 문서는 초대장이었다. 뉴질랜드에서 5일 뒤에 열리는 오페라 공연의 초청장이었다. 언뜻 보기엔 일반 오페라의 초청장이었다. 공연 날짜. 시간. 장소. 모든 것이 기재되어있는 친절하고, 평범한 오페라 초청장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초대장의 맨 아래에는 그 초대장을 받는 수취인의 정체에 대해 씌여 있었다. 


“이 것봐. 맨 아래에 ‘워터리그 모든 CEO님들에게.’ 라고 씌여있어. 이 것이 중요하지. ”


 그 말의 다른 뜻은 그 공연에 워터리그의 모든 수뇌부가 모인다는 것과 같았다. 엄청난 비밀이었다.


“그리고. 더 놀랄만한 것이 있어.”


“그리고?”


그리고 그 다음에 적혀있는 말이 더 중요했다.


“이 곳에서 ‘Present Of Rotest' 를 개봉합니다. 꼭 빠짐없이 모두 참석해 주십시오. 라고 되어있지. 


‘Present Of Rotest’ 말야!”


"Present of Rotest!!!"


 가만히 듣고만 있던 쿼터메인도 이 말 만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Present 는 선물이란 뜻이었고, Rotest는 워터리그가 자주 사용하는 말로써, 토터스(Toters) 를 비꼬는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Present of Rotest -> Present of Toters . 즉, 토터스의 선물 이라는 말이었다.


“토터스의 선물!!!”


“국장, 레이슈터!!!”


 그랬다. 닥터와 알랜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이 하고 있는 생각은 같았다. 그 선물은 국장과 계호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국장에 대한 정보가 포착된 것이었다. 닥터와 알랜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야?”


 그때 마침, 처형인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젖어있는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왜 호들갑이야? 무슨 일 생겼어?”


 아직 분위기를 모르는 처형인. 쿼터메인은 신이 나서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닥터가 얻어낸 종이를 보여주며 그 내용을 설명해줬다. 뉴질랜드에 가야한다면서.


“그래서. 그 곳으로 누가 갈거야?”


 쿼터메인의 말을 끝까지 들은 그는, 성격대로 핵심을 찔렀다. 그들은 뜨끔했다. 알아낸 정보에 대해 좋아하고만 있었지, 처형인의 말처럼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5일 뒤라며. 시간이 얼마 없잖아.”


“그렇지.”


“뉴질랜드로 당장 떠나야해.”


“게다가, 같은 방법으로 같이 가면 안되지.”


“옳은 말이야. 우린 같은 루트로 함께 가면 안 되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지. 같이 가다가 테러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려고? 각자 다른 방법으로 그곳으로 가야해.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 경우, 누구하나는 살아야 하니까.”


 그들은 전쟁에서 익힌 경험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이 맞아. 그렇게 해야지.”


그런데, 그때 처형인이 나섰다.


“나와 안나는 원래대로라면, 국장의 정보를 얻기위해 자료국 쪽으로 가기로 되어있었어. 국장의 행방에 대해 알아내기로 말야.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선수를 친, 저 놈들에게서 국장의 정보가 나왔지. 따라서, 나와 안나는 자료 국에 갈 필요가 없게 되었어.”


처형인은 쿼터메인을 쳐다봤다.


“네가 명령을 내려. 거기에 따르지.”


 처형인은 자신이 일거리가 없어졌음을 부각시켰다. 피 맛을 느꼈던 것이었을까. 처형인이라는 말이 괜한 이름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잠시 생각 좀 해보고.”


‘워터리그의 수뇌부가 모인다라. 그렇다면 워터리그 내에서 가장 세력이 큰 미국지부, 일본지부, 네덜란드 지부 CEO 등등 이 모인다는 말이겠군. 수뇌부라는 말이 CEO까지 포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워터리그의 붕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장의 구출’이야. 그러니, 국장의 구출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지.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는 않겠군. 많은 수의 사람은 오히려 일을 더디게 만들 뿐이야.’ 


 그가 뒤로 돌았다. 그리고는 팀장들을 쳐다봤다.


“결정했다.”


“어떻게?”


“지금,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국장의 구출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예정대로 안나 씨와 처형인은 같이 행동해. 목적지만 바뀌었다고 생각해. 세부적인 내용은 의뢰로 만들어 줄 테니까 질문은 그때 가서 하고.”


“그러지.”


“닥터.”


“응. 왜?”


닥터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일류 정원사의 장갑을 낀 채로 말이다.


“너도 나서야 겠어.”


“내가 왜? 구출만 한다며, 그렇다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처형인이 제격이지. 나는 짐만 될 뿐이야?”


 그는 처형인을 싫어했다. 그것은 처형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도와줘. 처형인이 잘 움직이려면 네 도움이 필요하니까 말야.”


 쿼터메인은 그의 능력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가 도와주면 어떠한 일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수 백 종류의 장갑에 의한 그의 능력은, 누구나 불가능 하다는 일을 거침없이 잘 해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는 닥터의 약점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넌 불가능이란 없는 사람이지. 난 그것을 잘 알아. 그러기에 너에게 부탁 한거야. 너 밖에 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가겠지. 하지만, 넌 최고야. 최고를 놔두고 굳이 2인자가 나설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닥터의 약점은 칭찬에 약하다는 것이었다. 쿼터메인의 입에 발린 칭찬을 듣고 난 닥터는 기분이 좋아졌다.


“후...그러면 할 수 없지. 내가 도와줄게. 어떻게 도와주라는 건데?”


“고마워. 잘 생각했어.”


“뭘 이런 걸 가지고. 빨리 설명이나 해줘.”


“넌 일단 장갑을...”


 그때 처형인이 쿼터메인의 말을 끊었다.


“맞다! 알랜. 잊고 있던 것이 있어.”


 뭔가 중요한 말이라는 것을 직감했던 것이었을까. 평소라면 자신의 말을 끊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을 쿼터메인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자신의 말을 접은 채, 처형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뭔데?”


“자일스 말이야.”


“시각국장? 그가 왜?”


“이 곳에 오기 전에 차에서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는데.”


“네가? 도대체 왜?”


“끝까지 들어봐. 그때 도움을 청했었는데. 매몰차게 거절당했어. 우리 국장이 인질로 잡힐 일이 가능이나하냐 하면서.”


“믿을 순 없겠지. 단순히 전화상으로만.”


“너도 그렇게 생각해?”


“뭐가?”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이상하냐고.”


“당연한 것 아니야? 시각과 파워는 서로 견제기관이라고. 견제기관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도와달라고 하겠어?”


“나는 견제라는 말이 서로를 보면서 서로를 맞춰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쿼터메인은 처형인과의 대화 방향이 잘못 갈 조짐을 보이자, 이를 바로 잡고자 했다. 그는 원래의 문제로 돌아갔다.


“음...일단 네가 거절당한 이유로는, 첫 째. 네 대화 태도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겠고, 둘 째. 대화 내용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일수도 있겠지. 그리고 셋 째로...”


“그리고?”


“이미 예상 했던 일이라 일부러 더 나서서, 그런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


 쿼터메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처형인. 그는 말을 더 이어갔다.


“이건 다분히 내 추축일 뿐인데. 뭔가가 있어. 그가 움직인 이유가 있다고.”


“이유?”


“우리 파워 팀장 전화기에는 수신자와 발신자의 위치가 표시되는 거 알지?”


“그렇지.”


“자일스와 내가 대화가 시작될 때 자일스는 셀레베스 해(海)를 건너고 있었어. 그리고 대화가 끝났을 때, 그는 난징을 지나고 있었지. 속도가 점점 줄어들면서 말이야. 아마도 그 비행기는 베이징에 착륙했을 거야.”


“난징? 중국 말야? 시각 국장이 왜 중국에?”


 처형인은 쿼터메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전자세계지도의 중국을 가리켰다.


“그 점이 이상하다는 것이야. 시각 국장이라면 호주를 벗어나는 일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런 그가, 직접 중국에 갔다니.”


“흥미로운 걸. 조사해 봐야겠어.”


 쿼터메인은 종이에 자일스의 이름을 써서, 문 옆에 있던 자신의 팀원에게 건내줬다. 그의 행방에 대해 알아보게 했다. 종이를 건내받은 그는 즉시 어디론가 달려갔다. 


“내 할 말은 그게 다야.”


“그래 알았어. 고마워. 조사해보지.”


“나와 안나는 언제 출발하면 되지?”


 시간을 질질 끌지 않는 처형인의 성격은, 쿼터메인이 제일 좋아했다.


“괜찮다면 지금 출발해도 돼.”


“알았다. 안나는?”


 처형인은 안나를 찾으려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없었다.


“어디 있는지 알아?”


“사람 시체를 처음 봤나봐. 충격을 받은 듯해. 여자 화장실 쪽이야.”


“알았어. 내가 만나서 데려가지.”


“잘 달래주고 데려가. 자칫하면 정신 착란을 보일수도 있어.”


 팀장들은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시체를 본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들에겐 시체가 익숙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안나는 아니었다.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가, 온실 밖으로 나가면 매말라 버리는 것처럼 , 안나는 그 장면이 계속 머릿 속에 떠올랐다.


“골치아프군. 알았어. 가서 봐주도록 하지. 그리고나서 출발할게.”


 처형인은 볼일이 끝났다는 듯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런데 그때 닥터가 처형인을 불렀다.


“이봐, 어떻게 갈거야?”


 처형인과 닥터는 서로를 쳐다봤다.


“난 우리 제트기를 타고 갈거야. 넌 일반 항공사를 이용하던가.”


“이봐, 그런 게 어디있어. 나도 제트기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왜 너만 제트기를 타는 거?”


“둘 다는 타고 가지 말라잖아. 임시국장님께서.”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왜 네가 타냐고!”


 또다시 싸우기 시작하는 닥터와 처형인. 보다못한 쿼터메인이 중재에 나섰다.


“그만들 해. 애들도 아니고 거참.”


 쿼터메인은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말렸다. 그리고는 서랍에서 표 2장을 꺼냈다. 처형인과 닥터에게 각각 표 한 장씩을 건내 주었다. 처형인에게는 호화 여객선 이용권을. 닥터에게는 칠레 군(軍) 수송헬기 탑승표찰을 주었다.


“자. 이제 다들 문제 없겠지? 그럼 잔소리들 말고 서둘러.”


 표를 한참 쳐다보던 그들은 각자 짐을 들고 방을 나섰다. 에드워드 국장을 꼭 구출에 오겠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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