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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27)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5년 전. 트란실바니아.


 달이 높이 떠 있는 아주 밝은 밤이었다. 불에 타다 말은 나무는 가지만 황량하게 걸려있었고, 길가에 버려진 마차 바퀴는 바람에 어디론가 계속 굴러다니고 있었다. 성을 지키는 개는 이미 말라죽어 있었고, 사람의 출입을 거부했던 철제 대문은 녹이 슬어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서져 내렸다. 꽤 오랫동안 사람의 출입이 없었던 곳. 이곳은 트란실바니아에 위치한 변방의 한 성(成). 그곳은 바로 드라큘라(Dracula)가 사는 성이었다.


“내 소개를 하지. 내 이름은 타그니토 D. 암스트롱. 그리고 본명은 블라드 체페슈(Vlad Tepes)이다.”


 5년 전, 토터스 자료는 그 성의 비밀을 벗기려 트란실바니아에 갔다. 10명의 탐험가들은 어렵지 않게 그 성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어느 누구의 출입도 불허했던 드라큘라의 방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거짓말로 여겨졌던 관이 정말로 존재하고 있었다. 닫혀있는 것으로 보아. 그 안에 필시 그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자료국장은 그 것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을 쳐다봤다. 역시나 그가 있었다. 드라큘라가 말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관 안에 있는 그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뛰고 있는 심장이 그가 죽지 않았음을 알려주고는 있었지만, 식물인간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손가락이 가까스로 움직이며 관에 글을 썼다. ‘봉인을 풀어달라.’ 고 말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봉인 당했던 것이었다. 


“블라드 체페슈(Vlad Tepes)?”


“그리고, 계승이름이 있지. 넌 이것이 궁금할 것이다.”


“계승이름?”


처형인은 계승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피의 이름’이라고 하면 알아들으려나?”


‘피의 이름!’


처형인은 그제서야 그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의 계승이름은 홍길동이었으니까.


“내 계승이름은 드라큘라다. 타그니토 D. 암스트롱의 ‘D’ 가 바로 그 드라큘라 지.”


“헛소리 하지 마라. 타그니토. 드라큘라?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어디서 지어낸 것이냐.”


“네 놈은 홍길동이지 않나. 피차일반이다.”


“안나는 죽이지마. 안나는 건들지마. 너와 나의 관계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 그녀와 관계된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토터스 사람이라고! 이 워터리그 녀석아!”


“그럴 순 없지. 난 자네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처형인.”


“이라고? 누구한테? 이번엔 누구의 심부름을 받았냐. 타그니토.”


홍길동은 그와 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다.


“누구냐. 그 것이 누구야!!! 너를 시켜 레이슈터를 죽이라고 한 것은 누구고. 내 소중한 존재를 죽이라고 한 것은 누구냐!!! 말해라!!!”


 그는 우렁차게 소리쳤다. 오페라 극장 전체에 울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그랬다. 홍길동은 기억하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레이슈터가 사진을 찍으려 할 때 예정보다 빨리 소를 푼 것도  타그니토 였고, 자신에게서 아주 소중한 존재를 빼앗아간 것도 그였으니까 말이다. 홍길동은 싸울 채비를 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홍길동은 타그니토가 ‘드라큘라’ 라는 ‘전설적 존재’ 라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드라큘라인 타그니토도 마찬가지였다.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도 사정이 있었다. 자료국장의 지시가 있었으니까.


“사람들이 다 나갔군. 잘됐어.”


 드라큘라는 극장을 둘러봤다. 극장 안에는 좀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이미 극장은 그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우리의 싸움에 관심이 없다. 그 이유를 아는가? 다들 미 대통령과 중국 패왕과의 전쟁에 관심이 많은 탓이지. 전쟁이야. 이제! 전쟁이라고! 피가 넘쳐날 것이다! 이 세계에 말이야!!!”


“웃기지마. 전쟁은 없다. 더 이상의 살인은 없다.”


홍길동은 그 말을 끝으로 종아리에 피를 모았다. 축지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전쟁은 없다니. 네 놈 따위가 이런 거대한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갑...”


 드라큘라의 턱이 돌아갔다. 축지법으로 순식간에 이동한 홍길동의 오른손 주먹이 그의 턱을 강타한 것이었다. 그의 머리가 돌아가면서 턱뼈가 으스러졌다. 오른 주먹으로 그를 가격하면서 한 바퀴 몸을 돌은 홍길동은 이번엔 왼손으로 그의 복부를 가격했다.


콰과과광.

 드라큘라는 수십 개의 극장 의자와 함께 날아갔다. 벽에 부딪힐 때까지 말이다. 벽의 콘크리트가 무너지면서 먼지가 일어났다. 피어오른 먼지 때문에 드라큘라의 쓰러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홍길동은 이번 공격으로 그가 최소한 움직이지 못할정도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에 맞는 느낌이 제대로 였으니까.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도 만만치 않았다. 상대는 드라큘라였다.


“흥. 당신도 ‘전설’ 이라 이건가.”


 옷에 뭍은 먼지를 털며 걸어나오는 드라큘라의 모습이 홍길동에겐 김빠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처형인 때의 성격이 그대로 남아있어, 지금 상황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는 즐기고 있었다.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한국의 전설이 그렇게 천한 사람이었나?”


 드라큘라는 부서진 턱을 붙였다. 그의 목덜미에 난 상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메워졌다. 엄청난 재생력이었다.


‘데미지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어. 게다가 재생하다니... 괴물이군. 말도 안되는 존재다.’


“봤겠지. 소용없다. 네 공격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물리적인 내게 소용이 없다.”


 드라큘라는 당황해 하는 홍길동의 표정을 읽었다. 하지만, 홍길동은 자신의 전부를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과연 그럴까.”


홍길동은 다음을 준비했다. 다음 공격을 말이다.


“동양의 전설적인 존재. 용(龍)”


 홍길동은 오른 팔의 수많은 혈관을 용의 모양으로 꼬았다. 그의 피가 스스로의 의지로 오른 팔의 모든 혈관을 ∞자로 꼬았다. 모세혈관까지도 꼬아졌다. 피가 스스로의 의지로 혈관을 꼬았으니 끊어질리는 없었다. 꼬아져서 매우 좁아진 혈관 때문에 그곳을 지나가는 홍길동의 피는 엄청난 압력을 받았고 그것은 곧 속도로 전환됐다. 고속으로 왕복하는 피는 혈관의 온도를 높였고, 혈관의 온도는 그대로 오른팔 전체의 온도를 높였다. 피가 기화하기 직전까지 올라갔다. 보통 화상을 입었다고 하는 정도의 온도로 말이다. 그의 오른팔에서 증기가 올라왔다. 팔의 피부에 있는 수분이 기화하면서 증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의 팔을 붉은 색이었다. 불타는 듯한 붉은 색이었다. 


“불타는 용의 힘. 화룡력(火龍力).”


 팔 주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서, 그의 팔은 마치 붉은 용인 것처럼 보였다. 붉은 용은 언제라도 하늘로 승천할 듯 불을 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은 드라큘라를 향하고 있었다.


“전설이라는 말이 헛소리는 아니었나보군.”


 드라큘라는 붉게 변한 그의 팔을 보았다. 저 불에 닿는 다면 자신의 재생력으로도 어찌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재생력은 세포의 완전복구를 뜻하지는 않았다. 원 세포를 기초로한 재생은 할 수 있었지만, 창조는 불가능했다. 즉, 불에 타버린 세포는 창조를 해야했으니,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홍길동의 붉은 오른 팔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홍길동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곧바로 공격을 해왔다.

 홍길동은 자신의 화룡력이 발동되자마자 드라큘라를 향해 달려 나갔다. 축지법으로 인한 그의 움직임은 드라큘라가 가지고 있는 2개의 눈만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홍길동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다른 ‘어떤 것’ 의 도움을 말이다. 그 어떤 것은 바로 자신의 코트에 숨겨놓은 수십 마리의 박쥐였다. 


“플리터 아이 (Fillter Eye).”


 그는 박쥐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의 능력은 박쥐들로 비롯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는 박쥐들의 언어로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홍길동의 움직임을 파악해줄 것을 명령했다. 박쥐들은 그의 명령을 곧바로 실행했다. 드라큘라의 지시를 받은 그들은 초음파를 발생시켰고, 되돌아온 초음파로 홍길동의 움직임을 계산했다. 그리고는 그의 이동경로를 드라큘라에게 알려주었다. 즉, 수십 마리의 박쥐들은 드라큘라의 눈과 마찬가지였다.

 드라큘라는 박쥐들이 안내하는 경로로 몸을 움직였다. 홍길동의 이동경로를 피할 수 있는 최단 경로였다. 그러나, 축지법은 그런 동물들의 초음파로도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피했다고 하나,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홍길동의 화룡력은 빗나갔다. 하지만, 드라큘라의 코트를 스쳐지나갔다. 스쳐지나갈 정도였지만, 타들어갈 정도의 약간 불이 붙었다. 워낙 높은 온도의 화룡력 이었기에, 그것을 스쳐가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위력을 내뿜었다. 

 그것을 본 드라큘라의 박쥐들은 날개 짓으로 코트에 붙은 불을 껐다. 드라큘라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그들은 드라큘라와 공생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그에게 위험이 되는 것은 스스로 차단하는 드라큘라의 협조자들이었다. 


‘예상외로 너무 빠르군. 이것 생각보다 귀찮은 놈일세. 방법을 강구해야겠어.’


 그의 생각대로 홍길동의 스피드는 엄청났다. 박쥐라는 동물의 감각을 이용해 최단거리로 피하는 드라큘라인데도 그의 공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홍길동의 불타는 오른 팔은 그것에 닿는 모든 것을 불태웠다. 때문에 불에 약한 인간의 몸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드라큘라는 변화를 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에 약하지 않은 다른 무엇으로 변신해야했다. 그는 변신할 수 있는 ‘많은 것’ 이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을 벌어야했다. 그는 일단 홍길동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이봐 홍길동. 좀 전에 내가 너의 소중한 존재를 죽게 했다고 하지 않았나?”


 드라큘라의 난데없는 물음에 홍길동은 축지법을 쓰려다 말고 대답했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냐. 7년 전 ‘몽쁠리에’ 에서 있었던 일을.”


“음...”


 드라큘라는 잠시 생각했다. 시간을 충분히 벌어야하는 그로써는 홍길동의 물음에 준비가 될 때까지의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는 애초부터 기억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다.


“모르겠는데.”


 드라큘라의 모르겠다는 대답을 들은 홍길동. 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기억하지 못한다니.”


그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드라큘라를 노려봤다. 분노가 가득찬 눈으로 말이다.


“그녀를 나에게서 그렇게 쉽게 앗아가 놓고, 기억하지 못한다니. 네놈에게 살인은 그렇게 의미없는 행동이냐! 누군가의 목숨이 그렇게 하찮은 줄 아는가!”


홍길동의 눈앞에 죽은 그녀를 떠올랐다. 자신을 대신해 죽은 그녀가 말이다.


“축지법.”


 많은 양의 혈액이 발바닥으로 쏘아지면서, 엄청난 힘을 얻은 홍길동은 축지법을 발동시켰다. 그의 오른 팔은 여전히 화룡력이 발동되어 있었다. 목표는 드라큘라였다. 


‘시간은 충분히 벌었다. 이제 변할 시간이군.’


 드라큘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자신이 변신할 수 있는 시간을 말이다. 그는 홍길동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벽에 붙으면서 충격을 그대로 받을 준비를 했다. 


‘뭐지. 단념한 건가.’


 홍길동은 자신의 공격을 피하지도 않고 방어자세를 취하지도 않는 그를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것이 드라큘라가 원하는 것인 줄은 그는 미쳐 상상하지 못했다.

 홍길동의 붉은 주먹이 드라큘라의 복부를 강타했다. 축지법으로 인한 엄청난 스피드의 힘도 이용된 화룡력은 드라큘라의 피부와 맞닿으면서 불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별안간 드라큘라의 몸이 폭발했다. 홍길동의 화룡력에 의한 것이 아닌, 무언가에 의한 인위적인 폭발이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드라큘라가 폭발하는 모습을 본 홍길동은 황당했다. 그의 화룡력에 의한 공격은 불태우는 것이지 폭발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드라큘라의 몸이 폭발하면서 그의 피가 극장의 바닥에 흩뿌려졌다. 피는 그것의 특성상 약간의 점성이 있어 잘 흐르지 않기 때문에 중력상 밑으로 모여지진 않았다. 오히려 얇고 넓게 극장 전체에 퍼졌다.

 홍길동은 흩뿌려진 피를 바라봤다. 폭발한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큘라가 눈앞에서 피로 변한 상황이었다. 죽었다고 밖에는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길동은 안나를 바라봤다.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는 안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놀랬지. 안나.”


 그는 화룡력을 풀고 안나에게로 다가갔다. 자신의 이곳에 온 목적은 다름아닌 안나 때문이었으니까. 홍길동이 그녀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이제 그 곳을 빠져나가는 일만 남은 것 같았다. 

그러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극장 전체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안나에게 다가가던 홍길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그때.


“뭐...뭐야 이게.”


 그의 눈에 늑대가 있었다. 족히 키가 3m 는 넘어보이는 크기에, 시뻘건 색의 털을 가진 늑대가 서있었다. 홍길동은 본능적으로 화룡력을 다시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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