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에 두 번, 같은 학년끼리 종목을 정해 경기하는 스포츠리그. 이번 경기는 빅발리볼로 하는 것이었다. 긴장한 아이들은 두 시간 동안 팀을 짰다. 팀은 총 세 팀으로 짜야했다. 반장, 부반장, 총무부장, 경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의논하고 또 의논한 뒤 세 팀을 짰고 그런 다음엔 그 팀에 들어오는 반 아이들의 동의까지 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1:2였다. 우리 반은 첫 판을 이겼지만 연속 두 판은 모두 졌다. 실의에 빠져있다가 곧 3,4위전을 한다는 말에 귀가 쫑긋해졌다. 반에 대표학생 여섯 명을 선발해서 3,4위전에 전투적으로 임했지만 또 졌다. 3,4위전에 나갔던 선수들이 실망하며 자리로 들어오던 찰나, 우리 반의 미키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미키는 우~ 하고 야유를 했다. 그런 미키를 제니가 쳐다봤다. 미키는 어차피 질 거 뭐, 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나는 그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그런데 잠시 뒤 굳은 표정의 제니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미키는 늘 장난으로 놀려요. 그동안 참았는데 이번엔 못 참겠어요. 미키에게 사과받고 싶어요. 반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제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된 3,4위전 선수들과 다른 아이들이 발끈했다. 모두 미키를 쳐다봤다. 미키는 그제야 자신이 쉽게 한 장난이 친구들을 무척 화나게 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미키에게 지금은 다른 반 경기 중이니 내일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사과할 준비를 하고 오자고 말했다. 마칠 시간에 미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자신이 장난스럽게 한 행동이 제법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안쓰러웠지만 미키가 이번에는 좀 진지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미키가 마스크를 쓰고 왔다. 게다가 표정까지 무척 어두웠다. 학교를 오자마자 내게 와서 소화가 안 되어 보건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미키는 보건실에 다녀온 뒤에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1교시가 되자 나는 미키가 사과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반 친구들은 서로 좋은 모습도 나쁜 모습도 다 보며 일 년을 함께 하는 사이라고. 하지만 어떤 위기상황이 생기면 우리끼리 똘똘 뭉쳐 이겨내야 한다고. 그럴 때는 서로의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그런데 스포츠리그에 대표로 나가 준 친구들이 실망하고 돌아왔을 때 격려 대신 야유를 보낸 미키의 태도는 바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는 미키가 친구들에게 사과를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반 친구들 또한 미키의 사과를 들은 이 순간부터 더 이상 미키가 한 행동에 대해 비난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이번 일로 미키도 많이 깨달았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미키는 마이크를 조심스럽게 잡고 침착하게 사과를 시작했다. 그때 제니가 말했다.
"목소리가 잘 안 들려요. 더 크게 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제니의 행동에 나도 흠칫 놀랐다. 제니가 단단히 화가 났던 것 같았다. 미키는 제니의 눈치를 살핀 뒤 다시 한번 더 사과를 침착하게 했다.
사과가 마무리되고 나는 아이들에게 6교시에 있을 깜짝 이벤트에 대해 안내했다.
"얘들아, 너희들이 경기에 이겼다면 나는 아무것도 준비 안 했을 거다. 그런데 너희들이 경기에 졌기에 선생님이 과자파티를 열어줄 거야. 어제 쿠*에서 일찍 도착하는 과자를 찾아 주문했지. 앞으로도 이기면 아무것도 안주지만 질 때는 너희들을 위해 언제든 과자파티를 준비할 테니 힘내자! 졌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 대신 우리는 상처받은 우리를 위해 더 똘똘 뭉치고 서로를 위로해야 해. 잘했어!"
아이들이 와~ 하고 박수를 친 뒤 큰 소리로 외쳤다. 졌지만 잘 싸웠다! 졌잘싸!!
아직은 순수한 6학년 아이들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