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의 대웅전, 무풍한송길, 홍매화는 알아도 암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물론, 다른 분의 안내를 통해 통도사 암자를 알게 되었고 그 뒤로 2년 가까이 암자를 다녔다. 그동안 주말이면 딸을 데리고 다녔고 가끔은 지인들과 함께 갔다. 딸의 목표는 암자를 다녀온 뒤 맛집을 가는 것이다. 하지만 사춘기 딸 또한 나무, 하늘, 구름, 산 등 암자와 어우러진 자연을 보며 평화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지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아했다.
16만 도자대장경이 있는 장경각. 주차장에서 이 계단을 올라가면 장경각이 있다. 멀리 통도사와 영축산 풍경까지 훤히 보인다.
운이 좋으면 장경각 입구에서 공작새를 만나기도 한다. 더 운이 좋으면 공작새가 날개를 활짝 펼치기도 한다. 입구로 들어서서 장경각 안 도자대장경이 있는 곳을 걸어다닐 수 있다. 안쪽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그 길을 걸으며 차분히 생각을 모으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다.
장경각 아래로 내려오면 작은 오솔길과 연못도 있다.
장경각 입구에서 마당을 내다본 풍경도 일품이다. 안쪽길을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극락암은 통도사에서 가장 큰 암자이다. 입구의 벚꽃나무 두 그루가 아름답다. 연못 위에 있는 돌다리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통도사에서 가장 명당자리라고도 한다.
사명암은 딸이 좋아하는 아담한 절이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다. 정자 아래 작은 풍경소리가 청량하다. 정자에 앉아 연못을 내려다볼 수 있다.
자장암은 가장 오래된 암자이다. 자장율사와 금와보살의 전설이 전해내려오는 곳이다. 가끔 바윗돌 사이 금와보살(개구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자장암 마당에서 바라보는 소나무와 산 풍경을 좋아한다.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좋다. 이번에 갔을 때는 능소화가 피어 있었다.
안양암은 기와로 유명하다. 입구의 소나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안양암의 기와가 한눈에 보인다.
백련암은 오백년을 훌쩍 넘긴 은행나무가 있다. 가끔 위로가 필요할 때 은행나무 옆에 서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온기가 가득 찬다.
통도사의 암자는 열아홉개 정도이다. 암자마다 그 특색이 달라 암자를 다니며 즐기는 것이 다르고 보는 것이 다르다. 즉, 같은 산이지만 어떤 암자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산 뿐이겠는가. 모든 것들이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