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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학교 가기 싫다

by 그린토마토

배정원서를 쓰고 난 뒤부터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몇몇 남학생, 한 두 명 여학생들의 반항끼 느껴지는 말투. 그러다가 정색을 하면 쏙 들어가는 말들. 어쨌든 별 탈 없이 졸업하자는 생각으로 그럭저럭 잘 넘겼다.

그런데 도저히 넘어가지 못하는 학생과의 일이 생겼고 세 번 정도 크게 부딪혔다. 공개적인 곳에서도 비공개적인 순간에도. 그렇게 부딪히고 나면 힘도 다 빠지고 기분도 안 좋았다. 주로 부딪히는 경우는 학급규칙을 어긴 것에 대해 학생에게 말을 했을 때, 학생이 대드는 경우다.

엊그제였다. 오교시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존이 똥 싸러 간다는 거였다. 존은 20분 동안 교실에 오지 않았다. 나는 십분이 넘어간 뒤부터 화장실에 가보고 존이 있는지, 다른 일이 생긴 건 아닌지 확인했다. 그런데 존의 가방에 휴대폰까지 없는 거였다.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 갔다면 그건 안될 일이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존의 가방 밖에 나와있던 휴대폰을 넣어주었던 기억도 있었기에 존이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에 간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존은 화장실에 있는 동안 내가 자꾸만 가서 재촉하자 화를 내며 휴대폰이 없다고 했다. 존은 오교시 마칠 때즈음에야 교실에 들어왔고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대들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화장실에서 재촉하냐며 말대꾸를 하고 내 말에 끼어들기까지 했다.


나도 너무 화가 났고 그와중에도 가방에 넣어준 휴대폰이 왜 없냐고 따졌다. 존은 선생님 기억이 잘못되었다며 휴대폰을 집에 놔두고 왔다고 딱 잡아떼었다. 물론 존이 집으로 돌아간 뒤 존의 엄마와 통화했고 존이 학교에 휴대폰을 가져갔다고 분명히 얘기해주어 존의 거짓말은 탄로났다.


저녁이 되어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줌바댄스를 추었지만 기분이 정말 나아지지는 않았다. 잠을 자려는데 내일 학교에 어떻게 가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려나 하고 일찍 자버렸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기분이 아주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속이 답답했다. 아침에 나를 위한 샐러드를 만들어먹자 기분이 좀 더 나아졌다. 그제야 나는 나를 위로할 힘이 생겼다. 나는 샐러드를 한입 크게 입에 넣은 뒤, 나에게 혼잣말을 했다.


나는 나를 돌보는 거야! 토닥토닥! 힘내자. 그래도 나를 기다려주는 아이들이 있으니 다시 교실을 가야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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