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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Apr 20. 2022

길고양이 노랑이와 까망이(1)

-10월부터 만난 그들에 대하여

  우리 집은 아파트 1층이다. 거실 베란다에서 밖으로 나가면 테라스가 있다. 나무 데크로 된 테라스. 다른 집들은 그곳에 큰 화분을 하나 놓거나 잡동사니 물건 하나 정도 놓아두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비워둔다.

우리 집 테라스에는 내가 이사 오기 전부터 키우던 식물이 가득하다. 내게 집을 판 전주인은 식물을 잘 알고 잘 키우시던 분이었다. 식물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그분이 두고 간 화분을 어떻게든 키워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동백나무 세 개, 단풍나무, 애니시다, 철쭉, 수국, 로즈메리, 백화등, 라벤더, 치자 등의 화분이 있는데 봄에는 꽃이 가득 핀다.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하므로 이틀에 한번 정도씩 물을 주며 키웠다. 그리고 지금은 잠시 식물도 나도 쉬는 시간인 겨울이다. 날이 따뜻한 날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을 준다.

  겨울이 오기 전 10월 어느 날, 나는 햇살이 비치는 낮에 커튼을 걷고 테라스를 보곤 했는데 그곳에 노란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우리는 노랑이라고 불렀다. 노랑이는 거실 안쪽을 가까이서 살펴보는 시늉을 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그 모습이 이뻐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으로 고양이 사료를 샀고 집에 있는 그릇 중에 하나를 물그릇, 밥그릇으로 정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면 테라스로 나가 고양이 밥그릇에 물과 사료를 채워두었다. 고양이가 올까 궁금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노랑이가 오지 않고 까만 고양이가 왔다. 노랑이보다 날렵해 보이지 않고 왠지 수컷 같기도 한 까만 고양이. 우리는 까망이로 불렀다. 나는 노랑이가 오지 않아 실망했다. 그런데 남편이 그 까망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 까닭은 까망이의 기다리는 모습 때문이었다. 사료가 없는 날 까망이는 반듯하게 앉아 사료를 준비해줄 우리를 기다렸다. 남편은 그 모습을 보고 뭔가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테라스에 노랑이와 까망이 두 마리의 고양이가 같이 나타났다. 아. 어떻게 먹이를 먹을까? 까망이가 덩치가 크고 수컷 같으니 아무래도 힘이 셀 테고 노랑이는 쫓겨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들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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