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토마토 Apr 20. 2022

10년만에 5학년(2)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투척이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고 그 대상이 나였다는 생각에 분하고 부끄러웠다. 앞도 뒤도 없이 예의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누가 던졌는지 조금 큰소리로 물었다. 소로우가 친구에게 받은 지우개를 던졌는데 천장으로 던졌지만 선생님에게 맞았다고 했다. 죄송하다는 말보다는 변명부터 했다. 자신은 절대 나를 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나는 큰소리로 화를 냈다. 그리고 그 화가 잘 가라앉지 않아서 급식소 가는 길에도, 급식소 가서도 기분이 안 좋았다. 밥은 반 이상 남겼고 교실에 가서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고작 12살짜리에게 지우개나 얻어맞는 40대라니. 그것도 개학 3일만에. 나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내 좁고 좁은 감정속으로 나를 집어넣었다. 계속 지우개를 얻어맞은걸 분해하며. 그 때 심리상담가 박상미씨 말이 생각났다. 잠시잠깐 화를 내면 그 화가 40분을 간다고. 맞구나. 나의 그 짧은 화가 지금 계속 가고 있는거구나. 그제서야 그 때 좀 참을걸. 좀 차분하게 말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것은 소로우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다. 

  10년 전 젊을 때랑 달리 화가 더 길게 가고 마음이 더 상하는 것 같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좀더 들었으니 체력적으로 감당하기가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조금더 가라앉히고 마음을 다독이자. 소로우의 마음과 내 마음 모두. 그것이 나이가 좀더 든 내가 나를 살리는 방법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앞으로 더 많은 지우개들이 나에게 던져질 수 있다. 지우개가 아닌 또 다른 물건일 수도. 말일 수도. 행동일 수도. 그럴 때마다 마음 상해해서 되겠는가. 나는 그렇게 나에게 달려드는 그들을 더 보듬고 사랑하고 다시 일어서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소로우, 덕분에 센 신고식을 했구나. 앞으로 한 해 잘 지내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 10년 만에 5학년(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