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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Apr 20. 2022

10년 만에 5학년(1)

  10년 만에 초등학교 5학년을 가르치게 되었다. 딱 10년 전에 5학년을 가르치고 그 뒤에는 둘째를 출산했다. 또 휴직을 했고 복직 뒤 계속 저학년만 하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학년을 하고자 선택해도 상황에 따라 못하기도 하는데 나는 운좋게(?) 1,2학년을 번갈아 몇년을 했다. 물론 저학년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저학년 아이들이 귀여웠다. 하지만 한번 설명하면 수십번씩 질문하고 언제든 나와서 도움을 받으려고 애쓰며 끊임없이 재잘대는 저학년과 이별했다. 

  5학년은 말이 없다. 학습할 내용을 제시하니 연필소리만 났다. 질문이 없고 묻지도 않았다. 첫날이라서 긴장했겠지. 둘째날도 연필소리만 사각사각. 눈만 꿈뻑꿈뻑. 그런데 이런 5학년이 크게 웃는 순간이 있었다. 자기소개를 하는 친구가 엉뚱하고 웃기는 말을 하니 와르르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또 낯설어서 어색했다. 

  이제 3일째. 내가 아이들과 일년을 보낼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서 나누고 있는 중이다. 내가 추구하는 교육목표,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정한 학급공동목표, 또 함께 정한 학급규칙과 1인 1역, 배움덕목. 2주동안은 반복해서 이야기 나누며 서로를 좀 알아가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은 점심시간에 일어났다. 언제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말이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손을 씻고 오라고 했다. 손을 씻고 줄을 서야 하는데 소로우가 달려왔다. 샌드가 변태라고 일러주었다. 나는 변태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무슨 상황인데 이런 말을 쓰는지 물었다. 소로우는 계속 수업중에 앉아서도 욕 비슷한 말들을 반복하는 그런 행동을 하기에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소로우는 변태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샌드가 여자화장실 들어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렇다면 그 상황을 말해야 한다고 타이르고 변태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뒤 앞문으로 나갔다. 소로우와 샌드는 칠판앞에 그대로 서 있었고 갑자기 뒤에서 '투척'이라는 말이 들렸다. 그리고 뭔가가 내게 날아와서 내 뒷목덜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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