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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Nov 27. 2024

핸드크림 나누기

   중학생 딸이 핸드크림을 사달라고 했다. 원하는걸 골라보라고 했더니 포장지가 하늘빛이 나는 크림을 골랐다. 친구들이 많이 들고다닌다며 자신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구매하려고 꼼꼼히 살펴보니 두 개 세트였다.

  나는 딸에게 물었다.

-두 개나 필요해?

  딸은 알고있었다는 듯,

-응. 두 개 다 필요해. 내꺼!


  나는 속으로만 딸이 욕심쟁이라고 했다. 사춘기 딸에게는 항상 말조심해야한다.


  딸은 핸드크림 하나는 책상에 두고 하나는 가방에 넣어 학교에 가져갔다. 그러곤 딸은 친구들의 반응이 좋다며 기뻐했다. 며칠 뒤 나머지 하나도 뜯었다. 학교에 가져가서 친구들과 나눠바른다며. 나는 다행이다, 하고 생각했다. 사춘기 여자아이다보니 항상 친구관계가 신경쓰였다. 학교에 핸드크림을 나눠바를 친구들이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나는 겉으로는 핸드크림을 얼굴에도 바르느냐며 놀렸지만 속으로는 우리딸이 친구들 잘 사귀네, 하며 마음을 놓았다.

  보름쯤 지났을 때 딸이 또 부탁했다.


-엄마, 또 사줘. 핸드크림. 거의 다 써가.


  50ml 핸드크림 두 개를 거의 다 써가다니 어이가 없었다. 나는 다시 사주는 대신 먼저 쓰던거 하나를 달라고 했다. 다 썼다해도 많이 남았을거라며. 딸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사줬다.

  새 핸드크림이 오자 딸은 좋다고 새 것을 뜯는다. 딸이 쓰다가 건넨 핸드크림은 1/3이나 남았다. 잔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려는걸 꾹 참았다.

  대신 쓰다만 핸드크림을 남편에게 건넸다.

-여보, 이거 당신 써.


  남편은 핸드크림이 뭔지 모르고 딱히 필요하지도 않아 보였지만 주고 싶었다. 남편은 아무 말없이 주머니에 넣었다. 쓰던걸 준다고 불평하지도 않았다. 아마 며칠 지나면 어디있는지 모를거다. 그래도 주고 싶었다.


  철부지 딸에게 다음에는 네가 아끼는 가장 소중한  네가 쓰기 전에 먼저 아빠에게 드려라, 하고 말했다. 딸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배시시 웃기만 한다. 딸이 친구들과 핸드크림 듬뿍 나눠쓰며 사춘기를 잘 극복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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