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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Dec 31. 2024

한 해의 마지막 날

  한 해의 마지막 날, 아이들은 모두 학교를 갔고 남편과 나는 인근의 제법 큰 재래시장을 갔다. 딸은 게를 먹고 싶다고 했고 아들은 회를 먹고 싶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게도 회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자주 안 먹던 음식이었다. 그랬기에 오늘은 큰맘먹고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우리의 진짜 마음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신나하는 모습,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 별 걱정없이 기분좋은 모습이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거다.


  이번달만 해도 서글프고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어른인 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우울함이 느껴졌다. 뉴스에서 눈을 못 떼고 지켜보고 있기도 했다. 아이들도 그 모든 일들을 접하며 힘들었을거다. 그래도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먹이며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시장에 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쯤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 네 명이 오후부터 다같이 모였다. 남편은 휴가였고 아이들은 학원 방학이라 이른 귀가를 했다. 온가족이 참 오랜만에 일찍 만났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먹지 못했지만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 즐거워했다. 학원 숙제 걱정 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도 짠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잔소리를 덜해서 좋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지금처럼 행복한 표정과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하며 아이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키만 컸지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해의 마지막날, 그래도 아직 맑고 순수한 아이들 덕분에 힘을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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