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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새벽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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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경 Sep 14. 2024

재능과 불공정

 나는 공정한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당연하다는 듯 공정치 않은 부분이 너무나도 많고, 나는 남몰래 속상할 때가 종종 있다. 어렸을 적엔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검사나 언론인을 꿈꾸기도 했었다.


 심지어 나는 재능이 있고 없는 것도 다소 불공정하다고 여긴다. 얼마 전에 밴드 동료들과 악기 연주와 재능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훌륭한 연주자 중에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같은 노력을 기울였을 때 더 높은 레벨로 성장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냥 타고나기를 노래를 잘한다거나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보통 재능에 대해 칭찬하고 숭배한다. 물론 나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렇다. 하지만 가끔은 그 재능이라는 게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내가 생각해도 좀 억지스럽고 어쩌겠냐 싶지만 말이다. 경제적, 계급적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복지 제도가 존재하고, 생산 수단(농사 지을 땅, 공장)을 공유한다는 개념도 근현대사에 등장했지만,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다고 세금을 낸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재능은 돈벌이도 되고,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수단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세상은 모두가 똑같은 재능과 동일한 능력치를 가진 세상일까? 그런 몰개성의 세상을 바라는 건 또 아니다. 그냥 나는 가끔 재능이라는 게 조금 꼴보기 싫은 것 뿐이다. 나도 가끔은 남보다 조금 나은 재능을 발휘할 때가 있지만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개성들 중에서 내가 갖고 싶은 건 재능이라고 부르고, 딱히 갖고 싶지 않은 건 그냥 특징 정도로 치부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하다. 가령 빨리 달리는 건 재능이라고 부르고, 느리게 달리는 건 딱히 재능이라고 얘기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그 개성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도 공정치 못한 거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나는 공정함에 도른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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