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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Oct 31. 2022

혼자노는기록 #42 , 그림그리기 그리고 독립출판



혼자노는기록 #42 그림그리기 그리고 독립출판

그림 그리기는 혼자하는 나의 오랜 취미다.

흰 종이위에 알록달록한 크레파스들을 번갈아 쥐고 

목적없이 마구 칠하는건 어렸을때도 무척 재밌어하는 놀이였다.

그때는 목적이 없어도, 완성을 하지 않아도 그저 재미만을 위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계산없이 뭔가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이게 내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되는 걸까? 

이 시간에 더 중요한 걸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는 행위 자체가 좋은 건데도 머릿속에 자리 잡힌 계산기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림그리던 펜을 놓고 자격증과 수험책만 허망하게 뒤적였다.

그렇게 나는 나의 유일한 취미였던 그림그리기를 한참동안 잃어버렸다.

긴 방황을 끝내고 다시 그림 그리는 기쁨을 되찾은 계기는 독립출판의 세계를 접하면서다.

만화책을 만드는 작은 출판사에 막내로 3년정도 잡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경험이 책이라는 형태에 로망을 품게 만들었고, 

그 뜬구름 같은 로망은 날 낯선 독립출판의 세계로 이끌었다 

독립출판은 누군가의 평가나 허락이 필요없었기에

나의 책을 어떻게 꾸미고 채울까 고민하는 일은 재미난 장난을 계획하는 것처럼 신이 났다 

컨셉을 잡고, 그림을 한장한장 그려 모으고, 우튜브와 블로그 강좌로 

초보티 팍팍내며 얼기설기 편집을 해나가자 미궁 속의 생애 첫 책도 점차 윤곽이 잡혔다.

완성된 파일을 인쇄소로 넘기고 며칠 뒤 

나의 첫 독립출판물 <서양화 속 드레스 일러스트북> 20권이 집으로 배송됐다.

그 중 절반이 인디펍이라는 독립서점을 통해 세상에 내보여졌고 

2달 뒤 모두 생면부지 타인의 품으로 떠났다는 판매내역서가 메일로 도착했다.

내 마음이 책이 되어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도달했다는 사실이 주는 성취감은 

조그만 스트레스에도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는 내 자존감을 든든히 지탱해줬다.

독립출판 매력을 알게 된 후론 그림 뿐만 아니라 글도 조금씩 끄적이기 시작해서 

그 글과 그림들을 모아 독립출판물 3권을 더 만들었다.

책이 한권 한권 만들어질때마다 쌓인 자존감은 자신감이 되어 

부속품처럼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먹고사는일로 살아가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삶을 빛나게 해줬다.

요즘엔 창작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독립출판으로 내기 위해 이야기를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시 재밌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요즘이다.

tip)

*가제본 등 샘플북 제작은 제외한 최종 완성본 인쇄비 

-1번째 독립출판물 인쇄비 20부 (8도인쇄, 50p) / 서양화 속 드레스 일러스트북

: 77,300원

-> 독립서점 10부 입고, 10부 판매


-2번째 독립출판물 인쇄비 16부 (8도인쇄, 32p) / 서양화 속 소품집 일러스트북

: 60,300원

-> 독립서점 10부 입고, 10부 판매


-3번째 독립출판물 인쇄비 30부 (8도인쇄, 52p) / 짝사랑 그리고 혼잣말 

: 142,200원

-> 독립서점 20부 입고, 15부 판매


-4번째 독립출판물 인쇄비 30부 (8도인쇄, 72p) / 혼자 노는 기록

: 144,850원

-> 독립서점 20부 입고, 20부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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