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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Oct 13. 2022

혼자노는기록 #41 , 하루종일 영화보기



혼자노는기록 #41 , 하루종일 영화보기


다른 사람의 세계에 심취해 <나라면 ?> 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은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끈적하게까지 느껴지던 나의 세계로부터 

적당히 거리를 둘 수 있는 비상구가 된다.


학교 다니던 때만해도 그 비상구가 소설, 만화, 드라마 영화 등 매체를 가리지 않았는데

요즈음엔 정신이 사방팔방으로 흐트르져있어 

집에선 드라마는 커녕 영화도 한 번에 끝까지 보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영화관을 찾는다.

물리적으로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진  불꺼진 그 공간이 좋다.


가장 최근에 내 세계로부터 거리두기를 하고싶었을때는 

퇴근 1시간전에 다음날부터 근무지가 바뀜을 통보받은 날이다.

야근수당도 없는 날 밤늦도록 짐 정리를 하다가 오랜만에 뚜껑이 열렸지만 

때려치울 배짱은 커녕 인상 구길 배짱도 없는 나의 세계로부터 한뼘 떨어져있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 뒤 가까운 독립영화관을 찾았다.

이 곳은 1개의 관에서 30분마다 새 영화가 시작하기 때문에 

온종일 영화만 보고싶을때 가기에 좋은데,

서로 다른  영화들의 시작종료시간을 일일히 확인해 번거롭게  따로 시간표를 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내 취향이 아닌 영화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만 

이런 날 영화관을 찾는 이유는 고민없이  어떤 이야기든 몰입하고 싶기 때문이라 개의치 않았다.


내가 간 날은

 <인플루엔자>, <홈리스>,<작은 새와 돼지씨>, <성적표의 김민영>, <둠둠> 

이렇게 5개의 독립영화가 차례대로 상영되던 날이었는데

사회고발형 스릴러부터 가족에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생활 다큐멘터리까지 

장르는 물론 주제도 각양각색이었다.


천차만별로 서로 다른 영화 속 주인공들의 입장을 헤아리다가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차라리 괜히 봤다 싶을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며 

요며칠 일어난 일들에  매몰되었던 한가지 감정으로부터 조금은 멀어질 수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늦은 저녁으로 떡튀순 1인분과 쿨피스를 샀다.

모니터 앞에 음식을 가득 펼쳐놓고 넷플릭스에 찜해놓고 안보던 영화 중 하나를 하나 틀었다.

오늘은 조금만 더  나로부터 멀어져보기로 했다.



tip)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 1편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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