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노는기록 #40 , 자전거타기
분명 이번주말엔 아무것도 하지않을 것이며
침대위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겠다고 맹세했건만
놀랍게도 주말이 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컨디션이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이런 남아도는 에너지를 어딘가엔 써야할거같은데
소모된 에너지가 나에게 온전히 돌아왔으면 싶던 중 자전거 페달을 밟는 상상을 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자전거를 타다 과일상자를 엎은 이후로는
20년이 넘도록 안장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요며칠 따릉이로 출퇴근하는 직장동료의 안양천 노을 사진이
오래된 두려움의 사슬을 마침내 느슨하게 만든 듯했다.
집에서 10분거리인 서원역 근처에 도림천을 낀 자전거 도로가 있다.
인적 없는 토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연습을 했다.
목표는 안양천 보고 오기.
첫날은 흔들흔들, 멈췄다섰다를 반복하며 40분동안 3km 밖에 못가고
기력이 떨어져 중도포기했다.
그러나 몸에 새겨진 기억이란 실로 대단해서
그 다음주에 다시 시도하니 8km가 그냥 내리 달려져 감격의 안양천을 눈에 담았다.
얼굴이 땀에 흠뻑 젖고, 엉덩이도 아프고, 긴장해서 너무 힘을 줬는지 팔도 욱씬욱씬...
따릉이로 귀가할 생각은 꿈도 못꾸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지친 몸에서 다른 종류의 에너지가 차올랐다.
내일을 좀 더 밝게 해석할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랄까.
머리위를 내내 덮고 있던 고가도로가 대림역을 지날즈음 사라지고
새벽 하늘이 펼쳐졌을 때의 짜릿함, 묵은 기억을 마침내 떨쳐냈다는 해방감,
스쳐지나갔던 상쾌한 바람들을 곱씹어보니 그런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도 당연했다.
도림천과 안양천 자전거도로를 오가며 이 기분 좋은 에너지를 앞으로 자주 충전해보기로 했다.
tip) 따릉이 1시간 대여 : 1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