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교과서 같은 책이다. 단정하고, 군더더기 없이, 기본을 다지는 책이다.
저자는 정치이념을 12가지로 나눈다.
• 19세기: 고전적 자유주의, 전통적 보수주의,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
• 20세기: 공산주의, 파시즘/나치즘, 현대 자유주의, 현대 보수주의
• 현대: 급진적 좌·우파, 극단적 좌·우파
이렇게 시대별로 분류된 12가지 이념을 놓고, 철학적 가정(존재론, 인간론, 사회론, 인식론)과 정치적 원리(정치 공동체, 시민권, 사회구조, 권력의 보유자, 정부의 권위, 정의, 변화)를 통해 각 입장을 보여준다.
정치이념이라는 거대한 숲을 한눈에 조망하기에 이만큼 체계적인 책은 드물다. 정치사상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지도”처럼 펼쳐볼 수 있고, 이미 관심이 있던 독자라면 자신의 지적 지형도를 다시 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읽다 보면 곧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시선은 철저히 서구 중심이다. 그래서 한국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기엔 어딘가 맞지 않는 옷 같다. 그럼에도 억지로 적용해본다면, 한국은 현대 자유주의의 흐름과 동시에 급진, 그리고 극단의 영역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12가지 틀로 압축하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이념의 다채로운 결을 다 담기엔 지나치게 일반화된 면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정답지를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큰 틀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에 가깝다.
결국 이 책을 덮고 나면, 세계의 정치사상이 얼마나 풍성한지,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쯤인지 묻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