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필
인셀, 듣기만 들었지 적나라하게 본 건 처음이다.
드라마는 인셀로 이어지는 여성혐오의 기류가 어떻게 살인사건까지 번져 가는지를 조명한다.
총 4부작이고, 사건의 피해자-가해자-주변 친구들-10대 문화-가족까지를 한 겹씩 천천히 보여준다. 특히 매 회차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비춘다는 점이 흡입력을 만든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두 원테이크로 찍었다는 것. 내 생각엔 그게 몰입감을 더 높였다. 숨 돌릴 틈이 없다. 카메라가 멈추지 않으니까, 불편함도 도망갈 구멍이 없다.
각설하고,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확실히 내가 10대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방 안에 있다고 아이들이 안전한 건 아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소비하는지. 방 안에서도 그들은 관계를 맺고, 서열을 배우고, 미움의 언어를 연습한다.
드라마 안에서도 다양한 용어들이 나온다. 빨간약, 파란약, 20:80, 인셀, 남성성 등. 그 단어들은 ‘설명’이라기보다,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유통되는 신념에 가깝게 들린다.
압권은 3화다. 심리학자와 마주 앉은 제이미가 감정을 털어놓는 그 시간은, “왜”라는 질문이 가장 날카롭게 피부에 붙는다.
남성 어른에게는 한없이 약하지만, 여성 어른 앞에서는 만만하다. 말하는 방식도 다르다. 화를 냈다가도 곧 “죄송합니다”로 돌아가고, 어른스러운 척하며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접는다. 이른바 잘못된 남성성이 ‘힘’이 아니라 ‘기술’처럼 학습된 느낌이다.
여성의 80%는 20% 남성에게 끌린다는 식의 공식으로, 20% 안에 못 든 자신을 비하하면서 동시에 그런 여성을 혐오한다. 그러면서도 관심은 얻고 싶어 한다. 그 모순이 3화에서 적나라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 적나라함 때문에, 이 드라마는 보고 나서도 한참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