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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당 Mar 24. 2021

기술의 발전 속 인류가 찾아가야 하는 것.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편리성’을 위한 것이지, 인류의 ‘행복’을 위한 것은 아니다.

김초엽 작가는 이런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복을 찾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소설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유토피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표현한다.

행복하기만 마을에는 순례길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장치이다. 사람들은 그 선택에 따라 앞으로 살아갈 길을 스스로 개척한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 세계의 차별과 온몸으로 맞서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진정한 유토피아는 고통을 함께 붙잡고 고민하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스펙트럼>은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나와 아예 다른 타자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확장된 감각에만 익숙했던 과학자가, 인간의 감각만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세계와 타인을 만났을 때의 감정을 표현한다.

루이도 희진을 꾸며내지 않은, 자신 그대로의 감각만을 통해 관찰하였다. 루이의 존재가 지구에 발각되는 순간, 우리는 일방적인 연구에만 집착하게 될 것이다. 온갖 도구들을 가지고, 생명체 대 생명체가 아닌 실험자 대 피실험자의 관계로서 말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필사적으로 루이의 존재를 지켜낸 게 아닐까?

타자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불가능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놀라워하고 또 아름다워 할 수 있다.


<공생 가설>은 과학을 통해 우리가 이전까진 알지 못했던 우리의 정체성을 알아냈을 때의 모습을 그려낸다.

우리가 인간성으로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

류트밀라의 행성을 그리워하는 건, “뇌에 자리 잡은 그들의 흔적, 막연하고 추상적이지만 끝내 지워버릴 수 없는 기억. 우리를 가르치고 돌보았던 존재들에 관한 희미한 그리움” 때문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기술의 발전 속에서 배제되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가정법이라는 거. 불가능을 알면서도 간절히 믿고 싶은 희망의 끝자락이다. 갈 곳을 정확히 알기에, 그 여정이 실패하더라도 그녀는 간다. 미련 따위 없이 간다. 정확하게 그곳으로 향한다. 그녀의 온 우주가 멈춰있고 그녀의 탐사선만이, 그녀의 간절한 소망만이 목적지를 향해 날아간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일어나는 일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기술이란 게 가능할까?

실패가 예견된 이 여정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감정의 물성>은 감정이 만질 수 있는 물체가 되었을 때, 우리가 이를 대하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감정의 물질성,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의 전환을 자주 생각하곤 한다.


<관내 분실>은 세계에서 단절된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는 또 다른 어머니의 마음을 그린다.


결혼과 임신을 거치며 여자들이 세상과 단절되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보여준다.

그렇게 지민 엄마라는 이름을 얻은 엄마
원래의 이름을 잃어버린 엄마
세계 속에서 분실된 엄마
누구보다도 선명하고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이 세계에 존재했을 김은하 씨

훌륭한 어머니는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될 위치에 놓이고 이제 비로소 당신을, 한 여성으로서 이해합니다.

화해의 메시지를 넘어 세상과 단절된 여성들을 세상과 연결된 끈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세상이 소수자에게 붙이는 꼬리표로부터의 해방을 표현한다.

여전히 여성, 장애인, 이주민, 미혼모를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선명하고, 성과주의 시스템 속에서 비경제적인 가치는 배제되며, 정상성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들은 역사의 기록에서 배제된다.

“중년의 동양인 여성 우주비행사”

재경이 인류의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여 우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은 과소대표되면서 동시에 과대 대표되었다.

그 거대한 단어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어깨를 짓누르는 동안.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포기하지 않고 싶다.


김초엽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느낄 수 있던 작품이었다.

이름을 잃어버린 엄마, 그리고 그녀를 마침내 이해하게 된 지민,

단 한 사람을 위해 지구에서의 삶을 선택하는 순례자들,

마음으로 소통했던 루이를 위해 이상한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아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던 할머니,

심해로 뛰어드는 해방을 택한 재경,

실패를 알지만 목적지로 망설임 없이 뻗어나가는 안나.

이들을 통해 나는 내가 찾아야 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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