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독서란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 가는 직렬 독서와는 반대되는 방식이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독서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병렬독서'를 선호한다.
이유는 이렇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생체리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태양의 위치나 기온에 따라 인간의 집중력과 사고의 결이 달라진다.
아침의 뇌는 밤의 뇌와 같지 않다. 같은 책이라도 받아들이는 속도와 깊이가 다르다. 또한 어떤 날씨에는 어떤 책이 읽고 싶을 수가 있고 일을 마치고 난 뒤에 읽을 책과 잠들기 전에 읽기 적합한 책이 따로 있다.
집중력이 높을 때는 개념서나 논증이 강한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에세이나 사례 중심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자기 전에는 가벼운 이야기를 읽는 편이 좋고 아침에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을 선호한다.
한권을 완독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방식은 지식이 선형적으로 쌓인다. 다만 병렬독서의 경우에는 지식이 교차한다. 가령 아침에 읽었던 책과 저녁에 읽었던 책의 주제가 서로 상호 연결되며 완전히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 어떤 책을 읽기 전에 '자기 최면'을 종종 거는 편이다. 가령 평소 전혀 관심이 없는 주제의 책이라면 '가벼운 영상'을 먼저 챙겨 봄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한다거나 일부러 관련된 주제에 대한 가벼운 질문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실제로 얕은 호기심이 발생되는데, 그냥 책을 읽을 때와 호기심이 발동 됐을 때 책을 읽을 때의 몰입도가 확실히 다르다.
책을 읽을 때는 한번에 쭉, 하고 진도를 나가는 편이 좋다. 처음 책을 펴면 작가가 사용하는 문체와 대략의 방향을 파악하느라 어느정도의 몰입 시간이 필요한데, 짧게 몇쪽 정도만 읽어 버리면, 두번 다시 그 책을 펴는 경우가 적어진다. 고로 한번 읽을 때 최소 100쪽에 가까운 정도로는 읽는 것이 좋고, 될 수 있느면 너무 잘게 나눠 읽지 않는 편이 좋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책을 완독하는 것을 선호했다. 다만 이제는 도서 완독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 어떤 책은 첫 방향만 봐도 대략 진행과 결과가 예측 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여러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책들이 결과가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경우에는 '속독'한다는 느낌으로 스키밍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참 이상하게 '전자책'도 많이 보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정이가는 쪽은 종이책이다. 전자책은 읽다가 접어두면 다시 보는 경우가 없는데 종이책은 언제라도 다시 꺼내서 읽게 된다.
고로 종이책은 뭔가 다른 류의 독서 경험을 주는 방식 중 하나일 뿐 정확한 대체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책의 물성을 좋아하는 편이다. 서점에가서 도서 쇼핑을 하면 꽤 뿌듯한 감정을 느끼는데 그것은 '독서'와 별개의 기쁨이다. 어쩌면 우표수집과 같은 기쁨이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 이런 것을 '츤도쿠'라고 부른다. 읽지 않는 책을 쌓아두기만 하는 조어다.
책을 사서 읽지 않고 수집만 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것 자체로도 하나의 취미로 볼 수 있다고 본다.
뭐...
책을 사서 쌓아두면 별건 아니지만 어느 주말에 '오늘은 뭘 먹어 볼까...'하고 냉장고를 열어 살피는 것 같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책을 읽는 것 만큼이나 그 고민을 하는 것도 행복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