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70세 사망 법안의 대상이 되는 '가사이 마사코'를 중심으로 벌어진다. 일본의 모든 국민은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 반드시 죽어야 하는 법안이 강행 가결된다.
소설의 주인공은 딱히 없다. 70세 사망 법안 대상인 '마사코'를 중심으로 며느리, 손자, 손녀, 아들, 딸들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나온다. 소설의 구성을 보면 '주인공'은 없지만 '며느리' 도요코가 사실상 주인공이라고 봐야 할 듯 싶다.
며느리 도요코는 10여년간 시어머니를 병간호를 하며 살았던 중년 여성이다. 젊은 시절 꽤 진취적인 성격이었던 자신을 둘러싼 주변 가족들의 태도에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일본 사회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 사회를 보는 듯하고 어떤 면에서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시어머니는 법령에 따라 2년 뒤에 법안이 시행된다. 그러나 법령 시행 뒤에 '유산'을 나눠 주는 과정에서의 '가족'이라는 인물들의 태도와 시어머니의 태도를 보고 많은 실망을 한다.
남편 역시 스스로의 법령 시행이 얼마 남지 않게 되자, 조기 퇴직 후 세계여행을 가겠다고 말한다. 이 여행에서 '아내'인 '도요코'는 없다. 딸은 직장을 이유로 독립하고 아들은 직장을 퇴사한 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도요코'의 답답함이 소설을 읽는 내내 전해졌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심지어 '피요양자'인 시어머니 조차 '며느리'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모두가 자신의 사정으로 바쁘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이런 수고스러움을 혼자서만 감당해 가는 모습에서 공감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어간다.
소설의 문체는 굉장히 직관적이고 쉽다. 시끌거리는 환경에서 쉽게 몰입하고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의 특징이라면 순식간에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 소설이 거기에 꽤 부합하는 역할을 했다.
사실 '70세 사망법안'이라는 설정 자체가 꽤 과한 면이 있다. 애당초 현실 불가능한 설정이다. 소설은 법안 가결의 과정에 논리를 들이밀지 않는다.
그저 설정을 주고 사회 구성원들이 거기에 동의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소설을 이어간다.
스포일러가 될까, 뒷 내용을 더 쓸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소설의 끝이 내 취향은 아니였다. 흔히 말하는 '술술'하고 여러 문제가 풀리는 비현실적 결말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설에서 근본적인 해결은 없다. 어딘가 부족한 해피엔딩이 씁쓸하다.
소설은 3~40대, 50대까지의 여성이 읽을 때, 공감을 하며 읽을 법하다. 소설의 설정과 다르게 상당히 그 기반을 '현실'에 두고 있고 현실과 비현실의 진폭이 그닥 크지 않게 잔잔하게 흘러간다.
어떤 면에서 '여성의 삶', '고령화', '청년 실업', '남존여비', '가부장적 사회'를 모두 꼬집는다. 잠시 소설을 통해 중년 여성의 삶을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출구없는 답답한 현실과 가족과 사회의 의미에 대해 여럿 생각을 해 보게 한다.
꽤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