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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Jul 16. 2024

넌 어디에서 왔니?

요즘 토리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만

쓴 거 같아 대놓고 토리 자랑을 좀 하려고 한다.


우선 토리는 외모로도 여느 말티즈답게

귀엽다, 하지만 그 귀여움이 내 눈엔

여느 말티즈보다 훨~씬 사랑스럽고,

예쁘다. 그리고 이전에 말한 바와 같이

토리는 참 똑똑하다, 어쩔 땐 나보다도 똑똑하다.

어느 날은 아침출근 전 토리와 산책을

나가기 전에, 테라스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큰 말벌이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계속 토리 주변을 날아다녔다. 당연히 나는

손을 흔들어 토리 주변을 맴도는 말벌을

쫒으려 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말벌은

내 손은 관심 없는 듯 계속 접근을 해와서

너무 쌔게 팔을 저으면 나까지 위험할 거 같아

최대한 토리에게 접근을 못하게 흔들고 있는

사이에 토리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험을

감지했는지, 아니면 내 옆에 있는 주인의

대한 신뢰가 없어서인지 거실로 쏙

들어가 버렸고, 나도 얼른 토리를 따라

거실로 들어가 테라스 쪽으로 난 창문을

닫으니 말벌은 우리가 없는 테라스를

좀 더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일찍 동이트는 우리집 테라스, 잠시 쉬었다 산책 가자~
말벌이 없는 틈을 타서 집을 떼어내니 알이 소복이 박혀 있다....;;
말벌이 우리 집 테라스 천정에 집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토리를

보는데, 정말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그렇게 거실로 들어온 토리가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왜

빨리 거실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말벌이 내가 손을

저으면 달아날 줄 알았고, 또 거실로 말벌이

우리를 따라 거실로 들어올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 상황은 토리

덕분에 안전하게 마무리되었다,

똑똑하기도 하여라~


그리고 토리는 잠을 참 예쁘게 잘 잔다,

물론 나의 침대를 너무 침범해서 더블

사이즈 침대지만 나는 늘 침대 끝자락이나

벽에 붙어 자긴 하지만 때론 코까지 골면서

곤히 자는 토리 모습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주인님 편히 주무세요, 전 끝에서...자 잘게요
혹시 사람이세요? 강아지 아니고....

토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사랑스러웠을까?!

아마도 태어나면서부터이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토리가 태어나는 순간도 이만큼 자라온

시간도 심지어 태어난 날짜도 모른다.

토리는 유기견 답지 않게 순둥순둥함이

몸에 베여있고, (산책 시 다른 강아지 만났을

때 빼고) 사람도 좋아하고, 몸 어디를 만져도

예민한 구석 없이 가만히 있는다, 다만 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씻길 때 좀 힘들긴

하지만, 이젠 좀 적응이 됐는지 온수로

살살 달래가면 씻기면 처음보단 꽤 씻길만하다.


오늘 출근을 하면서 갑자기 든 생각이

토리는 어쩌다 나의 삶의 일부가 되고,

화두가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한테 토리가 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끔은 방랑병이 심한 나는

짧든, 길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순간순간 있는데, 이젠 그렇게

훌쩍 떠나는 건 할 수가 없다, 요즘 삿포르에

라벤더팜이 예쁠 텐데, 하와이는 어떨까?!...

뉴욕도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가고

싶네... 한 번도 안 가본 뉴질랜드의

대자연은... 미지의 세계 아프리카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젠 나의

방랑병은 고이 마음속에만 간직해야

할 거 같다. 또 하루 두세 번씩 하는 산책은

지난 4월에 언니들과 뉴욕을 일주일정도

다녀오면서 못한 거 외에는 이제껏 한 번도

거른 적이 없고, 물론 토리를 잠시 맡아주신

회사 동료분이 어려운 부탁임에도 불고하고,

하루 두 번씩 산책을 해주셨다고 하고,

나는 이 끝없는 산책 굴레에서 반은 행복하고,

반은 어쩔 수 없는 책임감에 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어느 날 입양 전부터 입양을 할지/말지를

의견을 물었던 회사동료이고, 내가 뉴욕에 갔을 

때도 토리를 감사하게 약 일주일간 맡아 

준 분과 토리 산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토리산책이 약간 버겁긴 한데 실외배변만 

하는 토리를 위해 산책을 평일 두 번에서 

세 번으로 늘려야 할 거 같은데, 한 번 늘리면 

평생 해야 하는데 지금 내 상황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얘기를 하던 중 내 사정을 

아는 분이라 우려를 나타냈지만,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내가 좋으면...

우리 토리 좋은 건 다 토리꺼 해~~

사실  토리가 이젠 나의 가족이고,

너무 사랑스럽지만 산책을

좋아서 하는 날은  거의 없다.

주변 애견인한테 물어봐도 산책이

일이다, 산책지옥이다란 말을 하지,

좋아서 한다는 사람은 아직 못 본 거 같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쩔 수 없으니

귀찮고 힘들지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하루 두세 번씩 수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는 것은 분명

토리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롯이

내 혼자만의 몫인 산책은 늘 마음속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 회사를 다니다 보면 당연히 회식에도

참여를 해야 하는데, 나는 당장 회식

날짜만 잡히면 걱정이 된다, 토리는

이제 나의 퇴근시간을 몸으로 알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그 시간까지

갈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매번 별의별 핑계로 1차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거기다 각종 경조사는

동물 입장이 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웬만하면 참석을 하지 못한다....

물론 혼자 두고서 가도 되긴 하겠지만,

주말만큼은 토리와 함께 하고 싶은

내 마음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입양을 고민 중인 분이 있다면,

입양을 쉽게 결정하면 안 될 거 같다,

정말 귀엽고, 좋지만 이렇게 막중한  

책임감도 있다는 걸 꼭 염두에 두고

결정을 해야 할 거 같지만, 하면 정말

좋긴 하다.


혼자서 책을 봐도 좋은데, 토리가 옆에

있으면 더 좋고, 혼자 편히 누워 잘 때도

좋지만 토리옆에서 쪽잠을 자도 좋다,

내 어깨는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아픈 어깨로 토리 여기저기를

마사지해 주는 것도 좋다, 사실 닥치면

하게 된다.


아주 나중에 토리가 아플 때 병원비를

위해 생활비의 많은 양을 적금을 하고,

지금 현재도 토리 병원비나, 생활비로

이전에 나가지 않던 돈이 소소하게(?)

쓰이고 있지만 아직은 괜찮다.

 

얼마 전 아침산책길에 만난 할머니가

본인이 강아지를 키우기 전엔 본인

지인분이 남의 집 가정도우미 일을

하면서 강아지 치료비로 50만 원을 썼다고 

해서 정신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가 나이가 들고, 자신도

그만큼 병원비를 쓰고 있다며, 그때

그 지인이 이해가 된다고, 나한테도

'강아지를 키우니까 좋죠?'라고 물었다.

당연히 내 대답은 '정말 좋죠, 너무 좋아요'

였다, 하지만 그 좋음 속에는 많은 걸

희생해야 좋다. 결론은 그 희생이 좋지

않으면 좋지 않다는 의미가 되기도 할 

것이다.


주변에 입양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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