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na Cho Sep 19. 2024

토리야 엄마 여행 간다~

말 잘 듣고 있어야 돼~!!

추석연휴에 당일치기라도 여행을

가고 싶어서 숙소를 알아보다가

쉬는 날인데, 토리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서 여행은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지난 뉴욕 여행 때

토리를 돌봐줬던 회사 동료인 과장님이

연휴 때 어디 안 가냐고 물어서 제주도

가려다가 포기했다고 말을 하자

자신이 토리를 맡아줄 테니 여행을 가고

싶으면 다녀오라고 했다.


제주도도 토리를 입양하기 전엔 못해도

일 년에 한두 번은 다녀왔었고, 또 지난

제주도 여행 글에도 썼었지만 예전에

산티아고 순례길 간다고 내 나름의

전지훈련 개념으로 제주도를 찾아 가서

내가 갈만한 오름을 한 두 번 올라었던

적도 있었는데, 코비드-19와 토리 입양을

하게 되면서 제주도를 안 간지도 어느덧

5년이 훌쩍  넘었다.


이런저런 찰나에 나는 토리를

맡아준다는 말에  과장님 스케줄이

괜찮은지를 한 번 더 확인 후 그렇게

여느때처럼 또 갑자기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추석연휴라 그런지 호텔값이 많이

비싸긴 했지만, 나한텐 15년 근속

국내선 무료 항공권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무조건 떠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선 연휴도 길고 해서

오랜만에 가는 여행인만큼 오래 시간 가서

푹 쉬다 오고 싶었지만, 토리나, 토리를

봐주는 과장님 입장도 있을 테니

1박 2일로 짧고 굵게 다녀오기로 했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고, 1박만

할 수 있어서 호텔값은 좀 비싸지만

그래도 그중에 저렴한 가격을 찾아

나름 제주도에서 핫하다는 5성급

호텔 예약을 했다.


많이 돌아다닐 건 아니어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될 거 같아서

1박 2일 동안 나름 내 걸음으로 이동

할 수 있는 동선을 찾아 평소 가고 싶었던

북카페투어(?)를 하기로 했다.


연휴가 시작하는 첫날은 이른 비행기

시간이여서 그런지 생각보단 공항에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미리 휴가를

받아 먼저 떠나서인지 공항 주차장은  

만석일만큼 빈 공간 찾기가 어려웠고,

나는 그 전날에 비가 와서 걱정을 했었는데,

출발하는 날은 9월의 늦더위와 함께 날씨가

좋았다.

김포공항

나의 왕복 항공기 가격은 8000원,

말 그대로 공항세만 내고 타는

무료 항공권으로 이 성수기기간에

오랜만에 비행기에 올라 15년 동안

회사에 내 영혼을 갈아 넣은 것을 생각하니

그동안 그만두지 않고 잘 버틴(?) 나에 대한

자기애가 폭발하면서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벅차 감정이 올라오기하고, 한편으론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회사에 고맙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번 비행기 자리를 같이 알아보며,

회사에 다른 친한 동료에게 이번 제주도 여행 

얘기를 하면서 토리는 동료도 아는

과장님이 봐주기로 했다고 하자, 동료가

하는 말이 '그런 사람이 옆에 있는 것도

언니 복이라고'말을 하면서 다녀오라는

말을 하는데, 내 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토리 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외배변만 하는 토리를 위해 하루 2~3회

산책을 해줘야 하고, 또 손을 많이 탄

토리가 애견호텔에 가면 대부분 사람 없이  

강아지들만 덩그러니 긴 밤을 작으만케이지

안에 있어야 할 토리가 좋은 가정에서 사랑

받으면 있을 수 있는 것도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비행기는

어느덧 제주 공항 근처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고, 서울보다 더 푸르러 보이는

하늘을 나는 마치 비행기 처음 타는

사람처럼 창문에 머리를 맞대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수십 장 찍기 시작했다.

제주공항 근처 어디쯤..

공항에 도착해선 딱히 찾을 짐이 없는

나는 바로 안내데스크로 가서 내가

첫 번째로 갈 목저지인 호텔 가는 방향의

버스 탑승장소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내가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땐 내가 알아본

버스가 나의 가고자 했던 곳의 근처에서

정차하는 걸로 나왔는데, 안내데스크에선

이젠 거기는 서진 않는다고 해서 그전

정류장에서 내려 환승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리가 불편해서 최소한의 환승으로

움직이려고 했던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갈 방법이 이건 말곤 딱히 없어서

타려고 하는 버스에 올라 기사분한테 한 번

더 물어보니 버스기사분도 역시 이제

내가 처음 알아본 정류장에선

서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버스에 몸을 싣고 달려가던 중

내가 내리기로 한 전 정류장이 다가와서

내리겠다고 미리 기사분한테 말씀을 드리니

아저씨는 가만히 있으란 말만 하시고,

내가 내리려고 한 정류장을 지나치신뒤에,

이제 더 이상 서지 않는다고 했던 정류장에서

버스를 잠시 정차해 주셨다.

여기서 걸어가면서 내가 카드를 길에 떨어트렸는지 오는길에 많이 보던 카드가 있어 보니 카드가 녹고 있었다....

리무진 버스다 보니 정류장과 정류장 거리가

꽤 있어서 이곳에 내리지 않았다면 나는

다른 버스로 환승을 하거나 택시를 탔어야만

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버스기사분의

호의가 정말 감사했다.


그렇게 나는 버스에서 내려 도로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지열과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나의 첫 번째 목적지인

카페에 무사히 도착을 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잠시나마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카푸치노 한 잔과 함께 기사님 덕분에

따뜻한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커피 맛은 좋았으나, 책은 딱히 읽을 건 없었던 카페

그러고 나서 호텔로 가기 위해 내가

내린 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탔고, 호텔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나는 다시

버스에서 내려 약 700m를 걸아 가야

했는데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정말 이렇게 조금만 더 걸으면

탈진해서 쓰러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가는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과 바나나우유를 하나 사서 마시고

호텔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체크인중에 내 호텔값에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거였는데, 마침

조식 20% 할인을 한다고 해서 조식

신청까지 하고 체크인을 마무리한

후 호텔에서 잠깐 낮잠을 잔 다음에,

호텔로 걸어올 때 눈여겨봐 뒀던 호텔

근처 식당에서 저녁으로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식당에 직원이 자신밖에 없어서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바쁠 건 없는

나는 그러겠다고 하고 바깥 풍경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화이트 와인을 한 잔

주어서 이미 호텔에서 아까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를 한 캔 마시고 왔지만 와인까지

마시니 더욱 여행온 기분도 나고,

파스타도 가격이 싸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 기분이 좋았다.

길냥이 같은 고양이 두 마리가 식당을 왔다갔다 하며 쉬고 있었다.

또 이번 여행에 좋았던 것이 내가

수영복을 안 챙겨가서 호텔 내 수영복

가게에서 수영복을 살까 말까 고민을

엄청 하다가 언제 또 와보겠냐며  결국

수영복을 사서 도착 당일 저녁을 먹고 와서

수영을 한 것과, 다음날 체크아웃 전에

수영을 한 것이 가장 좋았다. 역시 고민될 땐

해보는 게 지나고 나서 후회가 덜 생기는

거 같다, 특히 여행 중엔 말이다.


9월이라고 해도 요즘 이상기온 탓인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저녁에 수영을

해도 정말 좋았고, 숲 속에서 밝게 비추는

달을 보면서 거기에 제주의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이번만 쓰고 안쓰러 거 같은

수영복 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왜때문인지 커플들이 많았지만, 나는 괜찮아..

그다음 날은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싶어서 거의 오픈시간에 맞춰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방문을 했는데,

사람이 적지 않게 있었고, 나는 창 측에

앉아서 혼자서도 차근차근 세 번의 접시를

비운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음식을 막 다양하게 먹는 편이

아니고 육식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멜론과 샐러드를 두 접시를 먹었고,

조식도 종류가 다양하진 않았지만

음식이 여느 호텔 조식에 비해 맛이

있어서 성게 미역국도 한 그릇 먹고,

전복죽도 한 그릇 먹고 나니 배가

마구마구 불러왔다.

마지막은 간단하게 너트와 치즈 과일로 마무리를 하였다.

그렇게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룸으로 가서

좀 쉬다가 어제 산 수영복 가격을 생각해서

다시 호텔 수영장 오픈시간에 맞춰 1시간가량

수영을 하고 와서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다.

호텔 직원도 친절하고, 수영장도 좋았고

거기다 고민하던 조식도 만족스러워서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또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공항으로 가는 날이라 나름

들고 온 짐을 들고 다녀야 해서 책방을

들렀다가, 늦은 점심을 먹고 바닷가

구경을 한 뒤에 공항으로 가는 일정을

짰고 중간중간은 택시를 이용해서

다니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를 타고 찾아간

책방은 뷰가 좋았던 카페로, 책도 많고

주인분도 친절해서 1시간 조금 넘게

잘 쉬다 나와, 택시를 타고 어제 호텔에서

추천해 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뒤에

식당 가까이 있는 해변가에 앉아 1시간가량

바다 구경을 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좋았다.

어린왕자인줄 알고 책을 갖고 왔는데, 오리왕자 였다.

그러고 나서 주변을 좀 걷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데, 길이

엄청 밀려서 늦을까 봐 좀 걱정을 하긴

했지만 다행히 늦지 않게 비행기를

수 있었고, 도착하자마자 나는 토리를

픽업하러 갔고, 토리는 내가 퇴근하고

왔을 때 정도로 나를 반겼다,

집에 와서 짧은 산책을 하니 피곤함이

밀려 오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인 탓인지,

아니면 오랜만의 여행의 긴장 탓인지

집에 오니 밥을 먹을 정도의 기력은

없어서 토리를 데리고 오면서 과장님이

챙겨준 사과 2알과 배 1알 중 배를 토리랑

사이좋게 깎아 먹고 잤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짧은 여행의 여운이

좀 더 강렬하게 남는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리야 천천히 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