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버튼, 눌렀다 [1/3]

이게 맞나? 그래도 해내야지.

by vonbrillo

대학교 자퇴 후, 나는 서울로 올라왔다.
그야말로 촌놈의 서울 상경.


나의 첫 사업 아이템은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때는 2012년, 이커머스의 도입기.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성공 신화가 쏟아지던 시절이었다.


도매처 사입, 제품 촬영, 웹사이트 구축, 상호 특허, 제품 등록, 결제 연동과 배송까지— 하나도 아는 게 없던 나는, 신당동 일대를 돌며 무료 강좌나 저렴한 수업을 찾아다녔다. 그런 수업에만 200만 원은 들였던 것 같다.


그땐 ChatGPT도 없었고, 유튜브로도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려웠었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아날로그의 시대. (...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라테인가…)


사업자 등록 신청.
통신판매업 신고.
상호 등록과 브랜드 로고 디자인.
도메인과 웹사이트 구매.
도매처 연결과 사입 경로 구축.


행정적인 부분에 대한 완료 후, 도매/소매에 대한 필드 지식을 체화하려고 애썼다. 하루도 빠짐없이, 낮밤 없이. 정확히 말하면, ‘낮이 없는 밤’의 연속이었다.


내가 취급하려 했던 가죽 소재의 수제화와 가방, 기타 남성 의류는 대부분 동대문에 도매 네트워크가 있었다. 그런 동대문 도매시장의 영업시간은 초저녁부터 오전 8시까지가 보편적인 정규타임이었다.


그마저도 오픈하자마자 방문하는 건 아님. 이유는 묻지 마라. 그냥, 아닌 거다. 카드? 어림없다. 오직 현금. ‘컬러별’이라고 했다간 초짜 티 난다. 무조건 '깔별로'라고 말해요, 우리. 그렇게 나는 동대문 세계관과 동대문의 네이티브 언어를 배워갔다.


자퇴 후 5개월,
드디어 쇼핑몰 오픈.


일자는 8월 15일이었다. 짜여 있었던 일반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개척한. 광복절에 맞추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시작되었다.


두둥!

둥... 둥..


그리고 3개월이 넘도록—
단 한 건의 주문도 없었다.


‘이게 맞나?’
여러 번 내게 물었다.


가끔 자퇴하던 날이 떠올랐다. 학교에 마지막으로 들렀던 날. 범이 형은 굳이 자퇴까지 할 필요 있냐고 했고, 나는 계백장군처럼 결의라며 웃고 넘겼다.


...


그러던 12월 초겨울,

드디어 첫주문이 들어왔다.


오히려 믿기 어려웠다.
“주문이… 들어왔다고?”


당시 배송도 전략이었다. 어느 업체와 계약하느냐 따라 단가도, 배송 안정성도 달라진다. 그 시절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는 단연 ‘우체국 택배’였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전략은 필요 없었다... 배송 건이이제 한 건이었고, 배정된 업체도 기사도 없었다.


부랴부랴 알아보던 중,
창밖을 보니— 세상이 온통 하얗다.


2012년 12월 5일 무렵.
서울·경기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배송사는 모두 배송 연장을 발표했고, 대부분의 쇼핑몰은 배너를 띄웠다.
[폭설로 인한 배송 지연을 안내드립니다.]


나는 깔끔하게 포장을 마친 후 박스를 안고, 지하철을 탔다. 직접 배달하러.


첫 고객의 이름은 아직도 기억난다.

K·B·H


몇 번을 환승하고,

지하철에 내려 오르막길을 걸었다.


그의 아파트 앞에,
조심스럽게 박스를 내려놓았던 순간.
그날의 공기와 조명까지도 기억난다.


생각해 보니... 따지고 보면 의류 당일배송은

내가 인류 최초 아닌가? 하여튼.


돌아오는 길엔 지하철 막차가 끊겨, 택시를 탔다. 해당 제품의 도매가와 소매가 사이 이윤은 지하철비, 택시비, 포장지 비용으로 말끔히 사라졌다.


그래도, 좋았다.


나의 첫 사업.
나의 첫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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