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버튼, 눌렀다

내일이 기대되면서도, 꽤나 우려되었던 그날

by vonbrillo


각,

확인 버튼을 클릭했다.

그렇게 나의 대학생활은 끝났다.


사실 그리 쉽게 입학한 학교는 아니었다. 학창 시절을 농구부원으로 지냈던 나는, 공부와는 다소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고3이 되어 마음을 먹었고, 졸업 후 1년을 더해 재수까지 했다.


그렇게 입학한 이 대학교는,

내게 작은 성취이자,

나름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통합행정시스템에서 자퇴 처리는 끝났지만,

학과 사무실에 한 번 더 들러야 했었다.


726번 버스에 올라탔다.

조금 실감이 났다.

'이 버스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매일 나를 실어 나르던 등굣길 친구,
726번과 담담한 작별 인사를 나눴다.


파란 하늘,

날씨가 제법 좋았다.


노후된 학과 건물조차 그날따라 귀여워 보였다. 여기저기 동기들의 모습도 보였다.


"나중에 후회되면, 재입학 제도도 있어요." 조용히 알려주시는 학과사무실 선생님. 행정 절차를 마무리해 주셨던 그분은, 우리 학과 선배이기도 했다.


나오는 길에 마주친,

어정쩡하게 서 있던 동기들과는

눈인사와 끄덕이는 목인사를 나눴다.


학교 중앙의 호수, 일첨담을 지나, 중도(중앙도서관)에 잠시 들렀다. 사물함을 정리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여기서 때론 밤을 지새우며 전공 시험공부도 했었고, 연애도 하고... 친구들과 이런저런 잡담, 연애 상담, 썸, 미래 이야기도 나누고...'


도서관 뒤쪽 문으로 나섰다.

'너구리굴'이 보였다.

특히 공대생들이 무리 지어 담배를 피우는 곳.


보글보글.

연기 너머로,

꽤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그중 범이 형이 내게 말했다.


"사업을 하더라도, 굳이 자퇴는 왜 하노? 그냥 휴학하고 해도 된다 아이가?"


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나는 괜히 뭐라도 대답해주고 싶었다.


"형, 돌아올 곳이 없어야... 전력을 다하지 않겠어요? 그 백제 장군님처럼."


"계백?"


"네 그분처럼. 이건... 결의 같은 겁니다."


나오는 대로 뱉은 말이었지만,

심심한 웃음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츠즈즉.

담배를 짓이기고.

범이형과 힘센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욱아. 근데 계백장군 그 가족 보내고 간 전투서 결국 죽었다."


"... 아?"


학교 북문에 다다랐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북문이 정문 같은 학교였다.


'시작 같은 끝이려나,

끝 같은 시작이려나.'


한 번쯤은 고개를 돌려 학교를 천천히 바라봤던 것 같다. 땅에 멋지게 새겨진 학교 문양도 괜히 한 번 세게 밟아보았다. 꾸욱, 버튼을 누르듯이.


공동체에서 이탈할 때는 늘 묘한 감정이 뒤섞인다. 그곳에 속하기 위해 애썼던 기억. 진심을 나눴던 사람들의 얼굴이 잠시 스쳐가고, 무엇보다- 다시, 홀로 선다는 기분. 뒤따르는 묘한 두려움과 해방감, 그리고 초조함과 약간의 흥분을 남긴다.


모처럼 따듯했던 햇살이 내려앉던 그날.

내일이 기대되면서도, 꽤나 우려되었던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