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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후 Sep 03. 2021

잘리사야 섬으로의 가을맞이 여행

방랑자들의 섬, 잘리사야

안녕하세요 독자님~ 이야기 여행자예요!


가을이 왔나 봐요! 오늘은 아침부터 하늘도 높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것이,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드네요. 이번에는 가을 여행을 해보는 느낌으로 '잘리사야 섬'을 향해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잘리사야 섬은 왠지 서쪽 호수 '자일리아샤'와 이름이 조금 비슷한 것 같죠? 서쪽 호수와 중앙 섬 사이에 자리한 섬이여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로 한 것 같아요. 마라트의 괴물을 잡기 위해, 보리얀이 아버지 바얀 최고선장과 함께 정찰을 떠나게 되는 장소지요. (물론 루딘도 함께요!)



잘리사야는 '방랑자들의 섬'이라고도 불리는데, 그건 온갖 사람들이 이 섬에 잠시 머물다가 떠나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위험한 곳이기도 하겠지만, 이색적인 풍경과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핫 플레이스랍니다! 


보리얀을 태운 배도 거의 이 섬에 도착했는데, 갑판 위에는 바얀 최고 선장님을 돕는 베카르 선장님과 선원들의 모습들도 보이네요. 우리도 잠시 올라 타 볼까요? 


  항해는 계속되고, 저녁 즈음이 되자 안개가 차차 물러가며 붉은 노을이 앉는다. 바얀 호의 흰색 돛들이 주홍색 하늘빛에 젖어 든다. 앞을 내다보던 최고 선장 바얀은 미소를 짓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군.”

  앞에는 검은 점처럼 드러나는 섬이 하나 보인다. 바얀은 선원들에게 알린다.

  “잘리사야 섬이 우리 눈앞에 있다! 끝까지 정신 바짝 차리자. 그럼 오늘 저녁은 육지에서 편안히 잘 수 있을 거다.”

  “예, 최고 선장님!”

  선원들이 신난 얼굴로 뱃머리로 향하는데, 보리얀이 베카르 선장에게 묻는다.

  “베카르 선장님, 그런데 왜 잘리사야는 ‘방랑자들의 섬’이라고 불리나요?”

  “그건 저 섬에 온갖 것들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야. 서쪽 호수 사람들, 중앙 섬 사람들,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 쫓겨난 사람들, 밀거래꾼들, 뭐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한 족속들이 있다고. 그래서 저기는 머무는 곳이 아니야. 지나치는 곳이지. 이제부터 조심해라. 혼자서 막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알겠지?”

   “네, 베카르 선장님.”

  보리얀은 저 멀리 보이는 섬을 응시한다. 넘실거리는 물결 한가운데 검푸른 육지가 솟아있다. 섬 쪽에서 불어오는 낯선 바람의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섬에 점점 가까워지자, 생전 처음 보는 널찍한 잎을 가진 키 큰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가에는 암석들 위로 덩굴식물 같은 것들이 자라고 있고, 서쪽 호수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높다란 목조 건물들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항구에 들어서니 색색 가지 돛을 단 희한한 배들이 빼곡히 정박해 있다. 서쪽 호수 마을들의 문양이 보이고, 아누다르가야의 문양도 보인다. 갖가지 배 중에는 나룻배들도 있고 정찰호들도 있는데, 심지어 저 멀리에는 주인 없이 버려진 배들도 있다. 

  바얀 호는 정찰 중이라는 표식을 달고 항구에 정박한다. 그러자 곧 항구를 관리하는 땅딸한 사내가 다가온다. 그는 최고 선장인 바얀이 신기하다는듯 위아래로 훑더니, 선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고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오랜만에 땅을 밟아보는 터라 보리얀은 조금 휘청한다. 바닥은 거의 검은 모래와 암석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곳곳에서 희한하게 생긴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다.

  몇몇 선원들은 처음 보는 풍경에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진한 녹색의 도톰한 이파리들이 반짝거리고, 그 사이로 피어난 커다란 꽃들에서 맵싸하고 달콤한 향기가 풍겨 나온다. 땅딸한 남자가 바얀의 소매를 조금 잡아당기며 말한다.

  “저기,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겁니다요. 서쪽 호수 최고 선장님인지 못 알아보고 괜히 시비 거는 자들이 있을 테니. 그리고 여기서는 불쌍해 보이는 루에린들을 더 조심하십쇼. 동족이라고 친하게 굴었다가 자칫 큰코다칠 수 있거든요. 거의 죄다 사기꾼들이니.”

  땅딸한 남자가 바얀에게 말하며 녹슨 열쇠 꾸러미를 건넨다. 그리고 퉁퉁한 두 볼을 씰룩하고 웃더니 인사를 하고 가 버린다.


오래된 사진첩에서 찾은 노을지는 풍경


잘리사야 섬의 자연 풍경을 생각하면, 제가 꼭 가보고 싶은 하와이의 섬들이 떠올라요. 부모님께서는 이미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여행을 다녀오신 곳이지만 저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두 분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통해 그 곳의 풍경을 늘 마음 속에 품고 지냈을 뿐이지요. 그래도 꿈을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가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해변의 따뜻한 물도 느껴보고, 신기한 식물들도 보고 싶어요! 


어딘가 하와이를 닮았을 것 같은 잘리사야 섬은 오전과 오후의 풍경이 사뭇 다른 곳이에요. 오후에는 정찰에서 돌아오는 배들과 여관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로 복작거리지만, 사람들이 모두 항해 중인 오전에는 아주 평온하고 조용하거든요. 


저어기, 낮에 시간을 내서 해변가를 찾은 보리얀의 모습이 보이네요. 정신 없는 정찰과 항해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밖에서는 청명한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다.

서쪽 호수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하고 따뜻한 햇살에 보리얀은 기분 좋게 고개를 뒤로 젖힌다. 발 앞에서는 파도가 솨아아-거리며 찬란하게 부서진다. 



반짝거리는 맑은 물결을 보며 빙긋이 미소를 짓고 있는 보리얀. 그런데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난생 처음 와 보는 이 새로운 섬에서 정찰 말고도 상상하지 못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이대로 여행을 마치기는 조금 아쉬우니, 해변의 여유와 보리얀의 부푼 마음을 담아본 잘리사야 테마곡을 들으러 가 볼까요? 눈을 감고 푸르게 펼쳐지는 파도를 상상해 보신다면, 곧 잘리사야 섬의 풍경이 성큼 다가올 거예요. 그럼 저는 더 많은 <스크룬하이>의 이야기로, 다음 주에도 찾아올게요~!

이야기 여행자가 만든 잘리사야 테마곡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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