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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bbie Oct 16. 2023

오늘이 미래라면

자기 개발서 <퓨쳐 셀프>가 있다면 문학작품<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있다


과거의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미래의 우리는 생각할 수 없을 까?

<다시 2100년 바르바라에게> p.244


퓨쳐 셀프를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것은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였다.  

소설은 유난히 암울하고 혼란스러웠던 1999년을 배경으로 한다. 대학생인 준이 사귀는 여자 지민을 데리고 다독가이자 교열가인 삼촌을 만난다. <재와 먼지>로 장편소설 공모전에 당선된 소설가, 지민의 엄마에 관해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불러온 호기심이었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판매금지 되었고,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배포하던 지민 엄마는 정신착란으로 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해 여름 동반 자살을 할 예정이라는 그녀에게 삼촌은 <재와 먼지>에 나왔던 ‘미래를 기억하기’를 알려준다. 며칠 후 신과 대화를 하는 줄리아를 만나 지구가 멸망하는지,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 물어본다.

이 십 년 후, 김원 작가가 가지고 있던 <재와 먼지> 받던 날. 이미 결혼한 우리는 1999년에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했다.   


“메이저리그 투수가 한 말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이기면 조금 배울 수 있지만 지면 모든 걸 배울 수 있다. 지기만 한 인생도 나쁘지 않아요. 중간에 선택을 바꾸지만 않는다면.” <이토록 평범한 미래> p.32 ‘실패를 밥 먹듯이 해라.’ ‘경기장 안에 깊숙이 들어가라’는 표현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체스 인터내셔널 마스터였던 조시 웨이츠킨이 태극권인 타이지 푸시 핸드 2002년 월드 챔피언이 되기 전 겪은 이야기 랑 일맥 상통한다. 190센티의 90킬로그램이 넘은 합기도 8년, 태극권을 8년 수련한 공격적인 남성에게 매일 지면서 배운 경험은 ‘미래의 나의 실패가 현재의 나의 성공보다 낫다’에 나온다.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다. 계속 지는 한 다음번에 이길 확률은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워진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p.22


“즉 인식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어, 이미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원인이 되어 현재의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만약 지민 씨와 준이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고 칩시다. 그 일을 원인으로 지금 이렇게 두 사람이 내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이토록 평범한 미래> p.28


자살을 하려는 두 사람과 결혼을 하려는 두사람, 눈 앞에 앉아 있는 같은 현상이지만 전혀 다른 상황이다. 벤자민 하디는 ‘당신의 미래가 현재를 이끈다’로 표현하고 있다. 


<재와 먼지> 이야기에 “둘은 가장 좋은 게 가장 나중에 온다고 상상하는 일이 현재를 바꿔 놓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희망이 생긴다. 한 번 더 살 수 있기를. 다시 둘이 만났을 때부터 시작해서 원래대로 시간이 흐르기를. 그리하여 시간의 끝에,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이번에는 가장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그렇게 시간은 거꾸로 흘러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마지막 순간에 이르고 그들은 그 순간을 한 번 더 경험한다. 그리고 놀란다. 이토록 놀랍고 설레며 기쁜 마음으로 우리는 만났던 것인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둘은 오랜 잠에서 번쩍 눈을 뜬 것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처음 서로를 마주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시간은 다시 원래대로 흐르고, 이제 세 번째 삶이 시작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p.23


20년 후의 내가 지금으로 돌아왔다는 가정하에 주차장에 마중 나온 셋째 딸을 대하던 벤자민 하디의 태도와 같다. ‘퓨쳐 셀프’라는 개념은 이제 성립되었지만, 이미 고수들은 삶에 적용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2022년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미래를 기억한다’는 개념도 신선했지만, 2023년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한 <퓨쳐 셀프>도 멋지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그건 놀라운 말이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말이더라.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우리는 죽지 않고 결혼을 해 지금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 있잖아. 줄리아는 그냥 이 사실을 말한 거야.
다만 이십 년 빨리 말했을 뿐.
그 시차가 평범한 말을 신의 말처럼 들리게 한 거야. p.34


20년 전부터 만들어진 이토록 평범한 오늘, 20년 후를 생각하며 이토록 고귀한 미래를 만들어 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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