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갈 수 없는 덫처럼 행복과 불행은 동시에 다가온다.
“나는 포대를 하나도 떨어뜨리지 않고
오가며 짐을 날랐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결국
그가 옳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날이 끝나갈 무렵
내 안에 있는 무언가 가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손상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날부터 나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그날이 마지막 아침일 거라고 생각했고,
걸을 때마다 더 이상 걷지 못할 거라고,
움직일 때마다 더는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여전히 걷고 움직이고 있다.”
<운명> p. 185
“나 역시 주어진 하나의 운명을 버텨 냈다.
그것은 나의 운명이 아니었지만
나는 끝까지 살아 냈다.
그들이 왜
내가 지금 그것을 품고 출발해
어딘가로 끼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
<운명> p. 281
내가 나아갈 길 저만치에 행복이
피해 갈 수 없는
덫처럼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가스실 굴뚝 옆에서의 고통스러운 휴식시간에도 행복과
비슷한 무언가 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음사 <운명> p.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