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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bbie Dec 22. 2023

마음이 힘들 때 15분, 단편 소설 처방전 <대성당>

소설집의 모든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오늘 밤, 나는 너의 별을 만났다.


별과 눈 맞춤 같은 <대성당>, 깊은 존중과 위로를 보여주는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향기와 온기로 마음을 채운다. 언제 나 복용할 수 있는 행복 타블렛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 까.


더 많은 감동을 기대하며 레이먼드 카버의 나머지 소설을 찾아 나섰다.  


처음 읽었던 소설 <깃털들>에서 공작, 치형(치열의 모양을 본뜬 석고)은 괴기함을 자아냈다. 공작은 칠면조가 부리 아래 붉은 살을 흔들며 걸어 다니는 듯했고, 치열이 고르지 않아 입을 다물 수 없는 모습을 상상했다. 처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다음 장으로 달려 나가서야 단편 소설집임을 알아차리고 멈쳤다. 이야기는 끝났고 해석, 추측, 미래는 없었다.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는 황당함은 <셰프의 집>에서 더욱 강해져만 갔다. <칸막이 객실>은 당황스러웠고, <보존>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짜증 냈으며 <비타민> 반전은 이해되지 않아 다시 보았다.


미국의 체호프이라고 불렸던 그는 체호프보다 발전한 불친절을 보여준다.


의사였던 체호프는 노련한 핀셋으로 섬세하게 현상만 집어서 올렸다면, 카버는 문제를 맨손으로 들어 올려 주변 혈관과 찢어진 근육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과 없는 그의 글은 청교도 적 나의 이념에 두드러기를 안겼다.   


해설서로 진정을 찾은 후에야, 한 작가의 작품이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이었던 그는 16세에 결혼해 알코올 중독, 경제적 문제로 두 번이나 파산을 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주제인 <코끼리>, 무기력을 다룬 <보존>, 아내와 소통 부재를 <신경 써서>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환경에서 기인한 것이다.


카버의 대표작은 단연코 <대성당>,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다.

마음이 힘들 때 권하는 15분 단편 소설 처방전 또한 이와 같다. 한 소설집안에 모든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두 편의 새벽빛 같은 이야기로 온기를 채울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본다.


 레이먼드 카버가 남긴 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계피 롤빵이 좋아진 것이다. 소설처럼 내 마음도 마른 계피처럼 피어나고 싶은 건 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당밀 거칠 게 빻은 검은 빵’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빵집을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운명> 같은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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