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챌린지 진행 중
그림을 그릴 때 내 안의 검열자가 자꾸 쓸모를 찾았다. 검열자가 잠시 한눈 판 사이 그려진 그림은 나중에 '그래서 이게 어디에 쓸모가 있는 그림인데?'라며 뭐라 하였다. 그렇게 검열자에게 자꾸 제지당하자 끝까지 진행된 그림이 없었다. 특히 의미 없는 그림에 대해서는 더더욱. 의미 없다고 생각되었던 그림은 지나고 보면 이렇게나 좋았었나 느낄 때가 있었고, 그렇게나 쓸모를 찾았던 그림은 오히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 후, 조그마한 마음을 찾아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쓸모가 있든 쓸모가 없든 의미가 있든 의미가 없든 말이다. 그러려면 작은 다짐이 중요했다. 그래서 100일 동안 하루에 한 장 그림 그리기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정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생각하지 말고 행동해야 했기에 그렇게 정했다. 그리고 SNS를 활용하기로 했다. 어디에 공표하고 올리게 되면 내가 한 말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끝까지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생각이 들어 항상 쓸모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쓸모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다 잘 안되고 나니, 그냥 쓸모없는 일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고 보면 참 많은 것을 했다. 남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어둑한 방안을 살그머니 빠져나와 정수기 버튼으로 몸을 깨운다. 또르르. 컵에 물이 담기는 동안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밖은 아직 어둠이 짓누르고 있다. 꼴깍. 물 한 모금을 마신다. 빛들이 꼬물꼬물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도시 속에 누군가는 움직이고 있다. 저마다 반짝였던 빛들은 점점 밝아오는 거대한 빛들에 잡아먹혀 합쳐진다. 어둠 속에도 밝음 속에도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하고 있는 것들을 다 멈췄다. 그냥 둥둥 있다.
당신은 따뜻한 호롱불 같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이유.
축! 엄마 경력 만 5년!! 그림에서만이라도 오늘은 내가 주인공!
달 따러.
아이와 함께 씻으러 탕에 들어갔을 때, 아이는 물에 몸을 담그는 것조차 무서워했다. 원래 겁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인지라 발만 물에 담가도 성공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나 아이는 망설이고 있었다. 바로 옆에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신나게 물속을 헤집고 다녔고, 아주 어린 아가들은 엄마 품에 안겨 여유롭게 탕을 즐기고 있었다.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던 아이는 나에게 손을 잡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아 주었다. 아이는 한발 한발 천천히 물속에 발을 넣었다. 찬찬히 몸을 낮춰 슬그머니 탕 속에 들어왔다. 나에게 떨어지지 않겠다며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두려웠던 표정은 이내 미소로 바뀌었고, 나를 보고 뿌듯하다는 듯 씩 웃었다. 아이는 하고 싶은 마음과 두려운 마음으로 갈등하다 해낸 자신이 대견스럽다는 얼굴이었다. 난 물속에서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따뜻한 물 안에서 아이와 살 부딪히고 교감했던 그 느낌은 오래 잊히지 않는다. 나의 아이가 나와 같은 여자라 다행이다. 조금 더 오래 이런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