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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Apr 06. 2022

배추말이

나에게도 코로나 19가 찾아왔다

<배추말이>, Digital Painting, 35 x 27cm, 2022


코로나19 양성.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땐 그냥 감기가 좀 독하다 싶었다. 몸살기가 있었고, 머리가 멍했지만 나는 이를 두통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좀 지나니 열도 좀 났다. 어디서 걸렸는지, 어디서 옮았는지 이제는 그걸 추적하는 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19에 걸렸다. 나도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내가 걸렸다니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상당하구나 생각했다. 두통, 몸살, 발열, 목이 간질거리는 느낌, 눈에 열감과 같은 여러 증상들이 일반 감기보다는 심한 그런 바이러스라 생각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약을 먹어서인지 시간이 지나서인지 좀 괜찮아지는 듯했지만,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과 눈에 열이 난 것과 같은 통증은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일주일이 다시 지나니 몸살, 발열, 목 간질거리는 느낌은 사라졌지만, 숨 쉬기가 힘들어졌고, 심장이 아팠으며, 물건을 집기 어려울 정도로 손이 떨렸다. 조금만 걸어도 오래 달리기를 힘껏 한 것 마냥 호흡곤란이 왔고, 어지러워 어떠한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위에 음식이 들어가면 토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잘 먹지도 못했고, 어느 날은 설사까지 하게 되었다. 두통, 위장, 기관지 등 각종 증상 약을 번갈아 가며 꾸준히 먹었다. 모든 장기가 다 망가졌구나 생각했다.


처음 증상이 있었을 땐, 그냥 코로나19에 걸렸구나 생각했고, 숨 쉬기 힘들어졌을 땐, 폐가 망가진 건 아닌가 걱정했고, 손이 떨렸을 땐, 이것도 코로나의 후유증일까 생각했고, 두통이 오래 지속되었을 땐, 과연 내가 예전처럼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과적으론 한 달이 좀 지나니 위 증상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약간의 시력저하가 생겼고, 아직도 위장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은 조심하는 편이고, 집에서 스트레칭 등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수시로 손을 닦는 등 위생을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코로나19에 걸린 후의 몸이 걱정되어 이런저런 기사들과 유튜브를 찾아보았지만, 코로나에 걸린 후 안 좋은 결과를 들을 때면 마음이 좋지 못했다. 어차피 걸렸으니 내가 걸리기 전 몸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을 테고, 걱정만 하다가 일상을 보내는 데 방해만 되니, 이제는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듣지 않고, 내 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원래 잘 먹지 않는 나였지만, 코로나19에 걸린 후 더 안 먹고 있었다. 무얼 먹기만 하면 위와 장이 불편하여 그냥 음식을 피하고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광고하는 광고판에 배추말이를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었다. 무심코 그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식욕이 생기면서 저 음식을 꼭 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료는 무, 알배추, 계란, 양념장(간장, 미림, 식초, 물)이다. 먼저, 무를 채로 썰고 약간의 소금에 5분 정도 절인 후, 물을 넣고 무의 물기를 꼭 짜준다. 기름을 살짝 두른 다음 무가 숨이 죽을 때까지 볶아 준다. 이때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뿌려준 후, 한 김 식혀준다. 계란 두 개 정도를 넓은 볼에 풀어준 후, 잘 씻은 알배추를 달걀물에 입혀준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후 달걀물 입힌 알배추를 노릇하게 구워준다. 남은 달걀물은 스크램블을 만들어 주고 볶은 무와 섞어 준다. 구운 알배추에 볶은 무를 넉넉히 넣고 돌돌 말아아 준다. 마지막으로 간장 2T, 미림 1T, 식초 2T, 물 1T를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배추말이를 찍어 먹으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 먹은 배추말이는 나에겐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한동안 흰밥도 속이 불편했었지만, 이 배추말이는 가득 먹어도 속이 편했다. 달짝하면서 담백한 맛 그리고 입안 가득 차게 먹는 배부름이 그동안 코로나19로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채워주는 듯했다.


배추말이를 할 때 무채와 배추의 양이 딱 안 맞을 때가 많은데, 무채가 남으면 무채를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되고, 배추가 남으면 전으로 부쳐먹으면 된다. 같이 싸서 먹어도 맛나지만 이렇게 따로 먹어도 맛나다. 한동안은 밥 대신 배추말이를 만들어 먹었다. 매일 점심에 배추말이를 해 먹는 나에게 남편은 지겹지 않나 물었지만, 지겹지 않았다. 볶은 무 말고 다른 원하는 재료들을 넣어서 배추에 말아서 먹으면 그것 또한 맛나고 영양가 높은 배추말이가 된다. 하지만 여러 재료를 손질하기 귀찮을 때, 이렇게 무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배추말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 배추말이의 장점이다. 위장이 좋지 못한 날, 밥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날에 해 먹으면 좋은 배추말이. 요 며칠 못 먹었는데, 이렇게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다 보니 먹고 싶어 진다. 내일은 무배추말이나 해 먹어야겠다.



 배추말이 참고한 레시피는 유튜브 '쿠킹 프린세스'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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