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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서재 Sep 14. 2021

퇴근일기 2. 변호사들도 자백을 강요한다

범행을 부인하는 의뢰인에 대처하는 법

가벼운 시비에서 비롯된 폭행, 소액의 횡령사건 정도를 담당하면서 '이 정도면 할만한데?'싶었다. 

그런데 이제 하나둘 강력범죄를 접하면서 형사사건의 찐면모를 겪고 있다.

특히, 성범죄사건. 피해자들 중 아동도 있다.


그런데 의뢰인이 범행사실 자체를 부인한다.

누더기 같은 거짓말들로 앞뒤 안맞는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의심의 여지 하나 없는 그냥 거짓말이다.

이 황당무계한 주장을 믿어보려고 난 야동까지 검색해보았다.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마당에, 끝까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예가 목숨보다 중요하기 때문인걸까? 나는 사회적 인간을 이해하려면 아직 멀었나보다.  

 

항소를 해달라고 하는데, 영혼 없는 서면을 써내려가려니 변호사가 아니라 무슨 재판대행업자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않았다. 이대로라면 항소가 기각될 것이 뻔했다. 그럼에도 원심이 사실을 오인하였다는 이유로 항소이유서를 쓰고있는 지금, 나는 피고인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모범답안을 가슴에 품어야 하는 것인지 혼란이 온다. 



내공이 쌓이면 이 정체 모를 불편한 기색을 여지 없이 드러내면서 자백을 강요(?)하는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수사관만 자백을 권하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들도 자백을 권한다. 그것이 때로는 억울할지라도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가장 이성적인 판단이기도 하고, 때로는 재판부가 눈 뜬 장님이 아니기에 꽤씸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엔 좀 더 적극적으로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 좋겠다. 아니 설득을 해야지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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